<이원호의 경제톡> 중국 전기차 침공 대비책 있나?

얼마 전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버스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적이 있다. 2019년 26%에 불과했던 중국산 전기버스의 시장 점유율이 2022년 1분기에는 46.6%까지 치솟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국내에서 생산한 전기버스 마저 주요 부품을 중국에서 들여와 조립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향후 친환경 전기 버스 시장을 중국 기업에 넘겨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이 문제를 제기할 당시 중국 전기차 시장의 제반 여건이 우리나라보다 유리하다는 점을 들었다. 전기차 시장의 규모 자체가 클 뿐만 아니라 개발 자체도 우리보다 빨랐다. 중국 정부 또한 자국의 전기차 산업 및 제조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아 경쟁력 확보가 용이했다. 여기에 더해 국산 전기버스를 중국으로 수출하면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수입산 전기버스에 대해 국내 제품과 동일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역차별적인 상황이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시장 잠식을 부채질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국내 전기버스 시장의 규모는 연간 3만대가 안될 정도로 크지 않아 전기버스에 국한해서 본다면 중국산의 시장 잠식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 전체로 확대한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전기차는 단순하게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는 금속·기계 산업이 아니다. 친환경 에너지 및 자율주행 등과 결합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적인 모빌리티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은 전기차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대차그룹도 일찌감치 전기차 개발과 판매에 뛰어 들어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 등의 시장에서 반응이 좋다. 최근 미국 정부의 IRA 발효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의 미국 시장 판매에 비상이 걸리기는 했지만, 현대차그룹의 올해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테슬라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품질과 성능 면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유럽 시장도 올 1~9월까지 친환경 자동차(전기차 +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시장 점유율을 보면,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에 이어 현대차그룹이 3위를 차지해 BMW그룹(4위)과 메르세데스-벤츠그룹(5위)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제조의 역사가 미국, 유럽, 일본 등에 비해 짧아 기술이나 브랜드 가치 면에서 불리했던 과거와 달리 전기차 분야에서는 모두가 동일한 선상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에게 이를 만회할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해외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국 전기차를 위협하는 요인이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자국 시장에 주력하던 중국산 전기차가 글로벌 시장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진출을 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월 20만대 이상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는 중국 1위 전기차 제조업체인 BYD는 유럽과 일본 진출에 이어 우리나라에도 조만간 진출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및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와 한판 승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전기버스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거대한 내수 시장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다양한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 시장에서는 이미 현대차그룹이 생산하는 전기차를 위협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유럽 신차에 대한 안전테스트를 발표하는 ‘유로 NCAP’에서 현대 전기차 아이오닉6가 별 5개의 최고 등급을 받았는데, 같은 시기 다수의 중국산 전기차도 별 5개를 받았다. 세부적인 수치에서는 아이오닉6가 중국산에 오히려 밀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가 우리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때 가성비를 갖춘 중국산 전기차의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면 우리 자동차 산업의 기반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앞선다. 더욱이 우리 정부의 보조금 지원까지 더해진다면 중국산 전기차의 국내 시장 잠식을 막기 힘들지 모른다. 미국과 중국은 자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강력한 보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도 미국, 중국과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게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해 시장을 방어하고 전기차 산업을 보호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테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