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디지털 융합의 장으로 진화하는 글로벌 전시회

모터쇼에 IT기업 참여 늘고 CES에 모빌리티 신기술 선보여
산업 영역 무너지고 기업 사업 범위 재조정으로 진화 거듭
2023-01-24 11:24:21

5년 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차세대 성장산업의 화두로 4차 산업혁명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기업들은 앞 다투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사업 진출을 발표했다. 중앙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대부분의 학술 세미나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들어가고, 관련 논문이 가장 많은 이용 횟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쏙 들어가 버렸다.  정권이 바뀌고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이 발표되면서 잊혀진 용어가 되어버렸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이라 용어는 외국에서는 많이 사용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경제사적으로 정의도 명확하지 않았다. 당시 우리 사회의 변혁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경제사회의 새로운 유행 중 하나였던 것이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진보를 설명하는 하나의 표현이므로, 이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기술이 후퇴하거나 멈추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디지털 부문의 발전은 갈수록 빨라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클라우스 슈밥도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핵심 기술들이 융·복합을 통해 심화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디지털 기술의 융합은 다양한 산업의 글로벌 전시회를 통해 체감할 수 있다. 일례로 자동차 전시회인 모터쇼는 지난 몇 년간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능이 강조되면서 IT 기업들의 참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021년 개최된 상하이 모터쇼에서는 미래 기술들을 대거 선보인 2021년 상하이 모터쇼에는 기존의 자동차 기업들보다는 화웨이, 알리바바, 샤오미와 같은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는 전기차와 모빌리티 관련 첨단 기술이 더 많은 관심을 끌어 화제가 되었다.

전자 전시회도 마찬가지로 모빌리티가 강조되면서 자동차 관련 기업의 참여가 일반화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CES 2023은 ‘라스베이거스 모터쇼’라고 불릴 정도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참여가 높았다. CES에 참여한 완성차 업체들은 최신 기술을 탑재한 자동차를 공개해 관심을 끌었다. 특히 올리버 칩세 BMW그룹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인간과 교감하는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말해 완성차 업체가 CES에 참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반대로 IT업체와 빅테크 기업들이 CES에서 전동차와 자율주행 등과 같은 모빌리티 신기술을 출시하는 것은 이제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CES의 최대 관심사는 일본의 IT기업인 소니가 혼다와 합작해 만든 전기차 ‘아필라’를 공개한 것이다. 아필라는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 외에도 소니의 강점인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점으로 주목을 끌었다. 

전자회사(소니)와 자동차회사(혼다)가 합작해 결과물(전기차)을 만들어 전자 전시회(CES)에 출시한 것은 이전에는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 디지털 융합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이처럼 디지털 융합으로 인해 산업의 영역이 허물어지고 기업 간 사업 범위도 재조정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글로벌 전시회를 통해 매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모빌리티쇼로 발전하는 CES’와 ‘IT 산업의 각축장이 되어가는 모터쇼’가 앞으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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