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 경제톡> 영향력을 잃어가는 다보스 포럼

보호주의, 우크라이나 사태로 올해 G7 대부분 불참
세계화로 꽃피웠지만 지역·분열화로 영향력 잃어
2023-01-30 15:05:56

우리에게 다보스 포럼으로 더 잘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은 기업가, 경제학자, 정치인들이 모여 세계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과제를 논의하고 연구하는 자리로 유명하다. 최근 들어서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를 다루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글로벌 영향력이 키워왔다. 특히 WEF가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 글로벌 성별격차 보고서, 글로벌 인적자본 보고서 등은 각국의 경제 정책 수립에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올해 다보스 포럼은 개최되기 전까지 국제 정치·경제 상황은 총체적 난국으로 정리될 수 있다. 기후 변화라는 오래된 과제와 함께 수년째 이어지는 코로나 팬데믹,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조짐,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등 초대형 사건이 동시다발적이고 중복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포럼에서는 현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다중위기( polycrisis)’라는 용어가 가장 많이 회자되었다.

다보스 포럼 행사 직전에 발표한 ‘세계 위험 보고서 2023’도 다중위기에 대한 경고를 내놓았다. 보고서에서 언급한 글로벌 장기 리스크(향후 10년)의 대부분은 기후 변화 및 대응 실패에 따른 자연재해를 다루고 있는 반면, 단기 리스크(향후 2년)는 현재 세계 각국에 산적한 위기의 실체를 제시하고 있다. 10대 단기 리스크에는 ▲생활비 위기 ▲자연재해와 이상 기후 ▲지리경제학적 대립(Geoeconomic confrontation) ▲사회 결속력 약화 및 양극화 등 다중위기에 해당하는 요인들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경기침체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다보스 포럼이 전 세계 50명의 경제학자와 가진 인터뷰를 기반으로 작성한 보고서는 올해 세계 경제를 어둡게 전망했다. 설문에 참여한 경제학자의 2/3가 올해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들어간다고 예상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미국은 91%의 경제학자가 저성장을 예측했고 유럽은 모든 경제학자가 저성장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도 지속될 것이라 예상했다. 다만 지역별로 차이가 뚜렷했는데 유럽이 가장 안 좋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에 대해서는 경제학자의 57%가 고물가 전망을 내놓아 미국(24%), 중국(5%), 동아시아(16%)에 비해 인플레이션의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있는 유럽이 올해 세계 경제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

그런데 세계 경제가 다중위기에 직면해 있고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마당에 다보스 포럼에 대한 관심은 예전만 못하다. G2 국가인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G7 국가 정상 대부분이 불참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만이 유일하게 참석했을 뿐이다. 그동안 다보스 포럼이 세계 경제와 관련된 수많은 문제점들을 끄집어내고 해법을 제시해 왔던 전례를 비추어보면 다소 의외다. 특히 올해 다보스 포럼의 의제가 ‘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Cooperation in a Fragmented World)’인 만큼 주요국 정상들이 모여 해결책을 논의할 것이라는 기대는 크게 빗나가고 말았다.

다보스 포럼이 주요국 정상들로부터 관심이 멀어지게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포럼의 의제인 ‘분열된 세계’와 관련이 있다. 수년전부터 지속된 보호무역주의 경향에 더해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면서 세계 각국이 글로벌화보다는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다보스 포럼이 세계화 시대에 꽃을 피웠지만 지역화·분열화가 가속되면서 빛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민간단체에 불과하지만 한때 세계화의 상징과 같았던 다보스 포럼이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에서 현재의 어려움에 직면한 세계 정치·경제 상황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이원호 비즈빅테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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