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무역적자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무역수지 적자는 127억 달러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에 세계 경제마저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수출액이 전년 대비 16.6%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15대 주요 수출 품목 중 무려 10개 품목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와 석유제품, 이차전지, 선박, 무선통신 등 5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한 반면, 반도체와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철강 등 10개 품목은 글로벌 수요 둔화 등의 영향으로 감소했다. 특히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거의 반 토막(-44.5%) 난 것은 불어난 무역수지 적자 규모만큼 뼈가 아프다.
지역별 수출 동향도 우호적이지 않다. 9대 주요 지역 가운데 EU, 중동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3대 주력 시장인 중국, 아시안, 미국을 포함해 일본, 중남미 등 거의 모든 지역으로 향하는 수출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 둔화의 영향을 받아 감소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향(向)이 무려 –31.4% 줄어들어 주요 지역 중에서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1월 수출입 동향이 보여주는 특이점은 최대 규모의 무역 적자와 함께 최대 품목과 최대 시장인 반도체와 중국의 쌍끌이 몰락이다. 이와 관련해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1일 열린 재정경제금융관 간담회에서 “동절기 에너지 수입 증가 등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가운데 반도체 수출단가 급락,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경제활동 차질 등 요인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1월을 지나면서 계절적 요인이 축소되고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무역수지 적자폭이 축소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런데 추 부총리의 진단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통상 1월의 무역수지가 다른 달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는 점과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본격화되면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데에는 크게 이견이 없어 보인다. 무역협회가 12일 발표한 보고서에도 “중국의 리오프닝이 한국 경제 성장률의 0.16%p, 전체 수출 물량의 0.55%p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어 최근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는 수출 흐름에 터닝 포인트로 작용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반면, 1월 무역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원인으로 에너지 수입 증가를 언급한 것은 사실과 다소 차이가 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무역수지 적자가 에너지 탓이 아니라고 말했다. 지난해 초 무역수지 적자는 에너지 가격의 급등이 원인이 맞지만, 올해 1월은 유가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발생했기 때문에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으로 꼽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원유,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 금액은 159억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90억6000만 달러 증가했지만 무역적자는 48억9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1월 3대 에너지 수입은 157억9000만 달러로 지난해 대비 2억 달러 줄었지만 무역적자는 127억 달러를 기록해 최 교수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따라서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을 더 이상 수입의 증가에서 찾지 말고 수출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그동안 우리 수출을 견인했던 ‘반도체’와 ‘중국 시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1월 중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44.5% 감소한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수출 감소율은 -9.8%로 나타나 반도체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 시장의 수출 감소율은 –31.4%인데 비해 중국 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의 감소율 평균은 –9.7%에 그치고 있다. 두 요인을 종합하면 반도체 품목의 대(對)중국 수출 감소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반도체-중국’ 요인은 D램 가격이 상승하고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본격화되면 무역수지 적자가 개선될 것이라는 단기 전망에 비해서는 다소 복합적이다. 이는 미·중 갈등에 따른 중국 봉쇄와도 관계가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한 부분이다.
‘반도체-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동차(전기차, 수소차 포함), 이차전지 등 모빌리티 관련 산업을 주력 수출 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미·중 갈등의 시대에 더 중요해지고 있는 미국과 일본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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