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세계 4위 업체인 중국의 샤오미가 개발 중인 전기차가 내년 상반기에 양산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샤오미의 레이쥔(雷軍) 회장은 얼마 전 개최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최종 생산에 앞서 마지막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2021년 초 자동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후 3년 만에 완성차를 출시하는 초고속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로 예상되는 샤오미 자동차가 예정대로 출시하게 된다면 휴대폰 제조업체 최초로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이 된다.
샤오미 자동차(전기차)의 특징 중 하나는 개발에서 생산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 개발에서 경쟁하는 중국 내 알리바바, 바이두와 같은 경쟁 기업들이 상하이자동차 등과 합작사를 만들어 추진하고 것과 대비된다. 해외로 눈을 돌려봐도 애플과 소니는 빅테크 기업의 강점인 자율주행이나 엔터테인먼트 등에 주력하면서 폭스콘이나 혼다와 같은 외부 기업을 통해 생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은 자동차를 만드는 노하우가 없기 때문에 제조 부문은 생산 전문 업체와 협업해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샤오미의 경우 일관생산체계에 가까운 내재화 전략을 택한다. 경쟁사와 반대로 나가는 이유는 샤오미라는 기업의 성격, 다시 말해 기업이 추구하는 큰 그림의 틀에서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레이쥔 회장은 과거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샤오미는 휴대폰 제조업체가 아니고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하는 ‘라이프스타일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샤오미는 휴대폰뿐만 아니라 냉장고·TV 등 가전제품과 심지어 책상, 볼펜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독자적인 운영체제(OS)인 MIUI를 개발해 판매한 다양한 제품을 연결하는 이른바 ‘샤오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전기차도 자동차의 개념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샤오미 생태계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제품 중 하나로 이해해야 한다. 샤오미 전기차 양산이 발표되자 소비자들도 기존 제품의 연장선상에서 관심을 가진다. 이에 따라 관전 포인트는 여전히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인가와 얼마나 혁신적인 요소를 담을 것인가에 집중된다.
먼저 가격과 관련해 샤오미 관계자는 신차 가격이 30만 위안(약 6000만원)을 넘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다른 전기차와 비교해 결코 저렴한 가격이 아니다. 하지만 이는 가격의 상한선으로 하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가격이 비싸다는 소식을 먼저 전한 다음 소비자가 기대를 하지 않고 있을 때 낮은 가격을 발표하는 선양후억(先揚后抑)의 전략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레이쥔 회장이 올해 초 웨이보(Weibo)에서 10만~30만 위안 사이의 예상 가격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여기서 많은 네티즌은 10만 위안(약 2000만원) 이내의 가격에 투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샤오미 전기차의 예상 가격은 주 고객인 청년층을 겨냥해 10만 위안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서 출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혁신 요소와 관련해서는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과 통합 스마트 주차 솔루션을 기본으로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핵심적인 혁신은 샤오미 생태계와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컨넥티드카이다. 샤오미의 독자적인 운영제제인 MIUI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스마트홈, 스마트오피스에서 형성된 나만의 기록을 자동차가 이해하고 양방향으로 소통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자동차 개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AloT(All in IoT, 모든 것이 사물인터넷 안에)’ 차원의 자동차 생산이 된다.
샤오미 특유의 가성비와 혁신을 갖춘 자동차가 출시된다면 전기차 시장 규모가 크고 샤오미 팬덤이 형성된 중국에서는 순조로운 시장 안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휴대폰을 제외한 나머지 샤오미 제품들이 크게 빛을 발하지 못해 ‘샤오미 생태계’를 기반으로 개발된 컨넥티드카의 이점은 사라지게 된다. 핵심 요소를 제외하고 오직 가성비만으로 승부해야 하는 해외시장에서 샤오미 자동차의 성공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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