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역 주변 볼거리, 먹을 거리 풍성
유달산 오르면 목포 시가지 한 눈에
성옥기념관 추사·남농 등 작품 다양
신진호 기자2023-07-08 22:38:59
장마철이지만 전라남도 목포로 반나절 여행을 떠났다. 여름철 보양식인 민어를 맛보고, 일제 강점기 적산 가옥이 많이 남아 있는 구시가지를 보기 위해 7일 오전 8시19분 용산역에서 KTX에 몸을 실었다.
먹구름을 뚫고 달리던 기차가 오송역을 지나자 장맛비가 유리창에 세차게 부딪쳤다. 2시간 40분만에 목포역에 도착하니 빗줄기가 더욱 굵어졌다. 호남선 종착역인 목포 역사(驛舍)는 의외로 수수했다. KTX 개통 후 역을 크게 지은 부산역이나 대전역, 광주송정역 등과 비교됐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산을 쓰고 목포역에서 600m를 천천히 걸어 오전 11시30분쯤 민어 전문점인 영란회집에 도착했다. 줄서서 먹는 맛집으로 유명한데, 이날따라 식당이 한산했다. “비가 와서 손님이 적은가요”라고 묻자, 종원업이 “시간이 일러서 그래요. 조금 지나면 찰 거예요”라고 말했다.
민어회와 민어전을 우선 주문했다. 민어회는 쫀득할 정도로 식감이 좋았고, 비 속에 먹는 민어전은 더할 나위없이 맛있었다. 매운탕에 밥을 먹고 나니 포만감으로 행복했다.
식당을 나서려는데 비는 더욱 세차기 쏟아졌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지역 주민인 듯한 60대 남성이 “하늘에 빵꾸가 나쓰까나”라고 전라도 사투리로 혼자말을 할 정도였다.
폭우를 피하려고 인근의 카페를 찾다 목포젊음의거리에 있는 씨엘비베이커리에 자리를 잡았다. 크림치즈바게트와 새우바게트가 유명한 이곳은 지척의 코롬방제과점과 원조 논쟁을 벌이며 폐업신고서까지 붙여 놓고 있었다. 목포도 젊은이들이 서울과 광주 등 대도시로 빠져 나가 도심 공동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듯이 보였다.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목포젊은의거리조차 폐업하거나 새 주인을 기다리는 빈 상가가 눈에 많이 띄었다.
비가 어느정도 멎자 야트막한 노적봉(해발 64.9m)으로 향했다. 노적봉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속이려고 산더미같이 쌓인 군량미처럼 보이도록 짚과 섶으로 둘러싸도록 해서 유명한 봉우리다. 노적봉 옆 유달산(해발 229.5m)에 오르니 수채화처럼 목포 앞바다가 펼쳐져 있고, 삼학도와 목포 시가지도 한 눈에 들어왔다.
유달산공원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에 성옥기념관이 있다. 조선내화㈜ 창업자인 고(故) 성옥 이동훈 회장을 기리는 이곳은 목포 여행에서 꼭 가봐야할 곳이다. 전시품은 난을 잘 쳤던 흥선대원군의 작품부터 추사 김정희, 공채 윤두서, 운보 김기창, 남농 허건 등의 작품까지 다양하다. 청화백자와 상아·산호 세공품 등도 볼 수 있다.
성옥기념관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에 일본 목포영사관을 리모델링한 목포근대역사관 1관과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이었던 목포근대역사관 2관이 있다. 이곳을 걷다 보면 일본식 건물을 많이 볼 수 있어 100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KTX에 오르기 전 유달콩물집에 들렀다. 노랑콩국수와 검정콩국수 각각 하나씩 주문하니 종업원이 “알록이 달록이”라고 주방에 외쳐 얼굴에 살짝 웃음이 피었다. 서울의 유명 콩국수 집보다 콩물이 부드럽고 진했다. MBC 예능 ‘나혼자산다’ 팜유 목포 세미나 방영 이후 손님이 몰리면서 찌개류와 돌솥비빔밥 주문을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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