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커피 심장부, 볼라벤 고원을 가다> ③ 소규모 자작농의 일터, 커피 가든(Coffee Garden)

볼라벤 고원서 라오스 커피 수출액의 80% 차지 
집 뒤 소규모 커피밭…식구 모두 생산에 매달려
일부 농가 공정무역서 시설 지원받고 고가에 수출
신진호 기자 2023-12-31 11:43:12

라오스 소규모 자작농의 커피 가든(Coffee Garden). 마당 끝 담장을 지나면 오솔길이 나오면서 커피밭이 펼쳐진다.

라오스 커피 수출품 가운데 95%가 볼라벤 고원에서 나온다. 그만큼 볼라벤 고원은 라오스 커피 수출의 전지기지다. 

볼라벤 고원에는 태국 TCC그룹이 투자해 3101헥타르(930만3000평)에 이르는 대규모 커피농장을 운영하는 팍송 하이랜드(Paksong Highland)도 있지만 커피 농사의 주력은 소규모 자작농(Small Holder)이다. 

볼라벤 고원에는 라오족(Lao)과 라벤족(Laven), 유리족(Yuri)이 커피 농사를 짓는데, 라벤족은 전체 농부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다수다. 모든 종족은 가족 단위로 농사를 짓는다. 가족 구성원 모두 ‘커피 가든(Coffee Garden)’이라고 불리는 몇 헥타르(ha) 땅에서 농사짓고, 건조를 거쳐 판매한다. 그렇기에 볼라벤 고원에서 커피로 직간접적으로 수익을 얻는 농부가 30만명 이상을 헤아린다. 

볼라벤 고원의 소규모 자작농은 20번과 16번 등의 도로를 중심으로 커피밭을 경작하고 있다. 농부의 집이 도로가에 붙어 있고, 커피밭이 뒷마당 바로 뒤에 있는 경우도 많다.

라오스 커피 농가 모습. 앞에서 보면 30평쯤 되어 보이는 단촐한 2층 양옥(왼쪽)이지만 뒷마당은 200평정도로 넓다. 생두를 건조하고 있는 마당 끝 담장을 지나면 바로 커피밭이다.

실제로 16번 도로가 인근에 위치한 한 커피 농가를 방문했을 때 이 같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16번 메인 도로에서 살짝 벗어나 비포장도로에 위치한 농부의 집은 평범했다. 

대문도 없는 하얀색 2층 양옥집 뒷마당에 들어서자 검은 비닐을 깔고 널어 놓은 생두가 넓게 펼쳐져 있었다. 집 앞에서 보면 30평도 안 되어 보였는데, 마당에 서고 보니 200평은 넘어 보였다. 한켠에는 체리 껍질을 벗기는 허스킹 머신(Husking Machine)과 수조가 보였다. 수조에 다가서자 퇴비를 만들려고 물에 담가 놓은 체리 껍질이 발효되면서 풍기는 시큼한 냄새가 진동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뒷마당 담장이 끊긴 풀밭에 들어서자 오솔길이 나오면서 좌우로 그늘목 아래 커피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었다. 이곳에는 다양한 아라비카를 재배하고 있어 품종별 차이를 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라오스 소규모 자작농의 커피 가든(Coffee Garden)에는 다양한 아라비카를 재배하고 있어 품종별 차이를 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티피카(Typica, 왼쪽 위)는 가지가 빈약하고 체리가 조밀하게 열리지 않았고, 라오스 차세대 품종으로 보급 중인 SJ133(오른쪽 위)는 올해 처음으로 체리가 열렸다. 생산량이 좋으면서 커피 맛도 좋은 자바(Java, 왼쪽 아래)는 수확기를 앞두고 체리가 풍성한 모습이다. 요즘 커피차로 인기를 끌고 있는 커피순.  

먼저 아라비카의 대표종인 티파카(Typica). 높이 1.5m 정도로 자랐는데 가지가 빈약하고 체리가 조밀하게 열리지 않아 생산성이 낮아 보였다. 티피카는 커피 맛은 좋지만 커피 녹병에 약해 농민들이 다른 품종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피카처럼 키 큰  자바(Java)도 보였다. 자바는 주요 병에 견디는 힘이 크고 비료 사용량도 적다. 또한 생산량이 좋으면서 커피 맛도 좋아 소규모 생산자들이 많이 심는다.

라오스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고 있는 카투아이(Catuai)와 차세대 품종으로 보급 중인 SJ133 역시 이곳 농장에서 자라고 있었다. 카투아이는 키 큰 문도노보(Mundo Novo)와 작은 카투라(Catura)와 교배종인데, 카투라를 닯아 작지만 생산성이 좋다.

SJ133은 카투라와 티모르 하이브리드 832/1과 교배종으로 코스타리카 커피연구소(ICAFE)에서 개발했다. 코스타리카95로 명칭을 부여받았는데, 라오스에서는 SJ133으로 불린다. SJ133은 자바보다 키는 작지만 체리가 조밀하게 열려 생산성이 좋다. 향미는 자바보다 떨어진다. 덥고 산성 토양에서 잘 자란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생두는 모두 유럽으로 수출된다. 고품질을 유지하기에 자국 내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3배 정도 높은 값을 받는다.

라오스 커피 가든(Coffee Garden) 농장주(왼쪽)가 한국식 커피 추출 시연을 커피비평가협회(CCA) 박세영 트레이너에게 부탁한 뒤 추출된 커피를 들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라오스 사람들은 커피 생두 로스팅을 강하게 하고, 한국보다 진하게 추출해 마신다. 이런 탓에 농장주는 "한국식 핸드드립 커피가 연하다"고 웃음지었다. 

공정무역이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라오스 커피 농가도 혜택을 보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등 EU는 라오스 커피 농가에 커피 가공·건조시설을 지어준 뒤 생산된 커피를 전량 수매하고 있다. 농가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고, 구매자는 고품질의 커피를 얻을 수 있어 서로 윈윈(win-win)이다.

세콩(Sekong)주 사팅(Sating) 10개 커피 조합이 참여하고 있는 공정무역 가공센터(Coffee Farm Service Center). 프랑스와 독일 등 EU는 라오스 커피 농가에 커피 가공·건조시설을 지어준 뒤 생산된 커피를 전량 수매하고 있다. 

세콩(Sekong)주 사팅(Sating) 10개 커피 조합이 참여하고 있는 공정무역 가공센터(Coffee Farm Service Center)를 찾았을 때 규모가 너무 작다는 실망감도 스쳤지만, 공정무역의 정신이 라오스까지 퍼지고 있다는 점은 반가웠다. 길가 바로 옆에 가공·건조 시설인 양철 지붕으로 덮은 5m정도 높이 건물 안에 허스킹 기계와 수조가 있었고, 그 앞에는 1.2m 정도의 낮은 비닐하우스에서 생두를 말리는 모습이었다. 

세콩(Sekong)주 사팅(Sating) 10개 커피 조합이 참여하고 있는 공정무역 가공센터(Coffee Farm Service Center)에서 책임자(왼쪽)가 커피비평가협회 박영순 회장에게 건조하고 있는 생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곳 책임자는 “유럽 공정무역회사에서 시설 지원을 해주었다”며 “카티모르 체리를 연간 140t 생산해 생두 22t를 수출하는데, 1kg에 7달러30센트를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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