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커피 심장부, 볼라벤 고원을 가다> ⑤ 기후변화, 라오스 커피의 도전과 응전 

라오스 정부·커피협회·연구소 관계자 3인 인터뷰
“지구 온난화로 커피 생산량 떨어져 농가 시름”
“자본 축적 안 되고 영농 기술 부족도 문제” 
“상황 어렵지만 좋은 커피 만들어 내려 노력”
신진호 기자 2024-01-02 09:19:28

볼라벤 고원 해발 890m에 자리 잡은 농업연구센터(Agriculture Research Center). 커피 품종 연구·개발과 함께 커피 가공·건조 기법 등 다양한 기술을 농가에 전수하고 있다. 

라오스 커피 산업의 가장 큰 도전은 기후변화다. 지구 온난화로 집중 호우와 병충해가 기승을 부리면서 커피 생산량이 감소하고, 20여년후 아라비카와 로부스타가 멸종된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면서 라오스 정부나 커피협회, 농업연구소는 한결같이 우려를 표명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생산성 높고 맛 좋은 커피를 보급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라오스 참파삭(Champasak)주 솜릿 빌라봉(Somlit Vilavong) 농업산림국장이 라오스 커피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라오스 커피를 테스트한 결과 85점 이상을 받았다”며 “한국에서도 라오스 커피를 많이 소비했으며 좋겠다”고 말했다. 

라오스 참파삭(Champasak)주 솜릿 빌라봉(Somlit Vilavong) 농업산림국장(농학 박사)은 “모든 커피 농가가 병충해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다”며 “2023년에는 특히 비가 많이 와서 커피 꽃이 많이 떨어져 생산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생산량을 늘리려면 매년 거름 주는 양을 늘려야 하지만 요소 비료값이 몇년 새 5배나 올라 농민들이 부담을 느껴 자연농법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오스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품목은 쌀이다. 연간 소비하는 쌀이 1인당 250㎏로 달할 정도로 많은 쌀을 소비하면서도 농산물 수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커피인데 생산량의 80%를 수출한다. 라오스는 2022년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엑셀사 등 2만2108t을 수출해 8040만2027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라오스에서 커피 재배면적은 8만헥타르에 달한다. 볼라벤 고원을 중심으로 하는 참파삭 등 3주(州)의 재배 면적이 5만헥타르, 북쪽지역이 3만헥타르다. 라오스 정부는 40만헥타르를 커피밭으로 지정하고 있지만 자본 부족 등으로 미개척 상태다.  

솜릿 국장은 라오스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그는 “미국에서 라오스 커피를 테스트한 결과 85점 이상을 받았다”며 “한국에서도 라오스 커피를 많이 소비했으며 좋겠다”며 웃음 지었다.

라오스커피협회(Laos Coffee Association) 셍찬 캄모운사( Sengchanh Khammountha) 부회장이 인터뷰에서 "지구 온난화 등 여러 가지 힘든 점이 있지만 좋은 커피를 만들어 내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라벤 지역 커피 생산과 통제, 수출을 담당하는 곳은 라오스커피협회(Laos Coffee Association)다. 5개 조합이 가입되어 있고, 조합원수는 67명이다. 셍찬 캄모운사(Sengchanh Khammountha) 부회장은 “볼라벤 고원의 좋은 토양과 연간 3000㎜ 내리는 풍부한 수량, 연평균 17~23℃의 서늘한 기온에서 커피가 자라면서 향미(Flavor)가 좋다”며 라오스 커피의 강점을 소개했다. 

하지만 셍찬 부회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병충해가 심각해 커피 농사가 힘들다”며 “기후 온난화로 북쪽지역으로 커피농사가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라오스의 낙후된 영농기술도 문제다. 그는 “커피나무가 수령이 너무 많다”며 “특히 로부스타가 늙어 전지 작업을 해야 하지만 (자본 부족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더욱이 기후변화로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농가들이 커피나무를 뽑아내고 환금성이 좋은 카사바를 심는 추세라 라오스커피협회의 고민이 깊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셍찬 부회장은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는 “여러 가지 힘든 점이 있지만 좋은 커피를 만들어 내려 노력하고 있다”며 “품질 향상을 위해 커피 체리 분류와 건조 등을 기계화하고, 정부가 환경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만큼 농가에 오염 방지 시설도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오스 농업연구센터(Agriculture Research Center) 인판 베네솜페스(Inpanh Venesompheth) 소장이 양묘장에서 키우고 있는 로부스타 품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볼라벤 고원 해발 890m에 자리 잡은 농업연구센터(Agriculture Research Center)는 커피 품종 연구·개발과 함께 커피 가공·건조 기법 등 다양한 기술을 농가에 전수하고 있다. 

농업연구센터 인판 베네솜페스(Inpanh Venesompheth) 소장은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병충해”라며 “다양한 종자를 개량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티피카와 자바는 커피 맛은 좋지만 병충해에 약하다”며 “그래서 라오스 농가에서는 카투라와 티모르 하이브리드를 교배한 카티모르를 많이 심고 있다”고 소개했다.  

라오스 농업연구센터(Agriculture Research Center)에서 자라는 티피카(왼쪽)와 옐로우 버번(Yellow Bourbon). 수확기를 앞두고 붉고, 노랗게 익었다.  

라오스의 주력 품종은 카티모르지만 향미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산미와 맛이  좋은 SJ133이 주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병충해에 약하고 인판 소장은 한숨지었다.

인판 소장이 라오스 미래 품종으로 꼽은 품종은 라이베리아에서 들여온 S795. 그는 “미얀마에서 S795의 생산량이 좋다는 보고도 있다”며 “현재 연구소에서 시험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라오스 농업연구센터(Agriculture Research Center) 건조시설 전경(왼쪽 위). 수세식(Washed) 가공방식으로 아프리카 베드(Africa Bed)에서 건조 중인 생두(오른쪽 위)와 내추럴(Natural) 방식으로 햇볕에 말리고 있는 체리(왼쪽 아래). 햇볕에 25일 이상 바싹 말린 체리(오른쪽 아래).

인판 소장이 브리핑을 마치고 비닐하우스 안에 아프리카 베드(Africa Bed)를 놓은 건조시설로 안내했다. 인판 소장은 “해발 1200m 고지대에서는 펄핑(Pulping, 체리 과육 벗기기)한 생두를 14시간 이상 충분히 수조에 담가둬야 점액질(Mucilage)을 쉽게 제거할 수 있다”며 “점액질이 제거된 생두를 아프리카 베드 위에 5㎝ 두께로 놓고 말리는데, 43℃가 넘으면 향미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하루에 5번 뒤집기를 한다”고 수세식(Washed) 가공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몇 개의 생두를 골라 손에 올려놓고 “피베리(Peaberry, 커피 체리 안에 한 개의 콩이 들어 있는 생두)와 벌레가 갉아먹은 것을 제외한 완벽한 생두만이 농가에 종자용으로 제공된다”며 “종자용 생두는 4~5일 말려 함수율 18%를 유지한다”고 알려줬다.

체리를 껍질째 말리는 내추럴(Natural) 베드에서는 약간 시큼한 냄새가 코를 감쌌다. 말린 지 며칠된 콩을 입에 넣고 씹어 보니 팥 맛과 함께 와인의 풍미도 났다. 내추럴 방식은 잘 익은 체리를 따서 햇볕에 25일 이상 바싹 말린다. 

이판 소장이 여러 품종을 식재한 양묘장으로 안내했다. 그는 “이곳에는 LC 1662와 P86, P88, P90, T5175, BO2 등 다양한 품종을 시험 재배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게샤(Gesha) 묘목도 심었다”고 말했다.

인판 소장은 이어 옐로우 버번(Yellow Bourbon)과 SJ133이 식재된 구역을 안내하며 재배 연도와 품종별 특성, 병충해 저항성 등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어느 새 연구센터를 방문한지 2시간이 넘어 아쉬운 작별을 고하자 인판 소장은 “궁금한 사항이 있음 언제든지 연락하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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