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아우토반', 실현 가능성 미지수

초고속도로, 산많고 사계절 있는 국내 실정 맞지 않아
아우토반과 AI 테스트베드 개념 상충, 도로 성격부터 정립해야
박형주 2024-01-09 15:52:39
광주~영암 초고속도로 계획도. 자료제공=전라남도

'한국형 아우토반'이라 불리는 '광주~영암 초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연구용역비를 확보하면서 구체화하게 됐다. 전라남도는 이 도로가 국내에 도입된 바 없는 새로운 형태의 고속교통망으로 개통시 AI와 연계한 자율주행차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는 등 서남권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안전사고와 제도 정비 등 우려가 여전히 과제가 되고 있다.

전라남도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지역공약으로 반영됐던 '광주~영암 초고속도로' 건설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고 밝혔다. 전남도는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국회와 정부를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 올해 정부예산에 ‘초고속도로 도입을 위한 정책 방안 연구용역비’로 3억 원이 반영돼 국가 차원의 검토 기반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전남도는 지금까지는 자체적으로 용역을 추진했으나, 이번에 정부예산이 반영됨에 따라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초고속도로는 아직 국내에 도입된 적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고속교통망이다. 개통 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차 테스트베드 활용과 관광객 증가 등 전남 서남권의 비약적 발전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전남도는 여기에 초고속도로 효과를 목포까지 연계하기 위해 영암과 목포를 잇는 대불산단대교(가칭)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사업비는 광주~영암 초고속도로 2조 6000억 원, 대불산단대교 1900억 원 등 총 2조 7900억 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광주~영암 초고속도로는 ‘제3차 고속도로 건설계획(2026~2030)’, 대불산단대교는 ‘산업단지 진입도로 계획’에 반영해 정부 지원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그러나 말그대로 국내에 도입된 바 없는 초고속도로는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1979년 제정된 '도로의 구조와 시설에 관한 규칙'을 보면 우리나라 도로의 최종 설계 속도는 120km/h로 고정돼 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산이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직선 구간을 만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온도편차가 심하며, 눈과 비, 안개 등 복합적인 기후 특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유럽과 같이 최상의 도로 상태를 일반적으로 유지하기 힘든 여건이다.

아울러 현재 자율주행은 60km/h에서만 운행 가능한 여건에서 AI 자율주행의 테스트 베드로 활용한다는 발상과 속도 무제한 도로를 같이 운영하겠다는 개념은 계란과 돌을 함께 한바구니에 담는 것과 같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같은 개념을 모두 담기 위해서는 이 도로만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던지, 아니면 일반도로가 아닌 테스트베드 도로로만 활용해하나 애초 정책 추진 취지가 '전남 서남권의 열악한 교통 인프라 확충'으로 시작했기에 이마저도 상충된다.

결국 도로의 성격을 명확하게 하고 관련 제도와 법을 선행적으로 정비해야 실현 가능한 고속도로가 될 것으로 보여 전남도의 기대처럼 2030년까지 실현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