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대만과의 격차가 벌어지는 한국 증시
2024-12-16
지난 5월 이탈리아 스트레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결과 G7은 중국의 과잉생산과 저가 제품 수출 공세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 회의에서 “중국의 과잉 생산은 미국과 중국의 양자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저가제품 수출 범람이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브루노 르메르 재무장관도 회의 직후 블룸버그를 통해 “중국은 경제 파트너지만 과잉생산이 있다. G7은 산업 보호를 위해 단결된 자세를 보여야 한다”면서 G7의 결정을 지지했다.
이처럼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가 글로벌 골칫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더욱이 G7의 집중 견제가 시작되면서, 이 문제 해결을 둘러싼 중국과 선진 각국 사이에 갈등이 무역 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공산품의 글로벌 시장 지배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최근에 와서 문제가 되는 것은 과잉 생산의 규모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뿐만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값싼 공산품에서 벗어나 첨단 제품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의 과잉생산 품목을 보면 철강과 알루미늄, 석탄, 석유화학제품, 조선업 등 전통 산업부터 태양광 패널과 리튬 배터리, 전기자동차 등의 첨단 산업 분야까지 전 산업을 망라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의 고품질 발전 전략에 따라 첨단 기술·친환경 에너지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이들 분야의 생산량이 매년 10% 이상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서 나온 ‘중국의 과잉생산 전망 및 파급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신(新_3대산업(전기차, 태양광 패널, 리튬배터리) 생산이 2019년 말 대비 각각 630%, 330%, 60% 급증. 일반자동차, 철강 등 기존 제품은 17%, 12%씩 증가해 과잉공급을 유발한다고 밝힌다.
중국의 과잉생산의 원인은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요인에 뿌리를 두고 있다. 먼저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 정책으로 중국 정부가 특정 산업에 보조금과 자금을 집중 지원하며 생산 시설의 과도하게 확장했다. 특히 국영기업의 경우 고용 유지를 이유로 생산량 조정을 꺼리는 경향을 보여 과잉생산을 부채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으로 지역 간 경쟁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경쟁이 과잉 생산을 악화시킨 면이 있다. 각 지방정부는 지역 경제 성장을 목표로 무차별적으로 제조업 확장을 독려해 왔다.
그런데 이러한 과잉생산이 글로벌 차원에서 문제가 된 데는 중국의 내수 부진에 따른 재고 증가와 관련이 있다. 중국의 완제품 재고율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증가하여 2022년 2분기에 이미 20%를 넘어섰다. 이에 중국 기업들은 생산 라인을 가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만 충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격을 낮춘 저가 수출을 강행하고 있다. 현재 3대 신(新)산업의 글로벌 생산점유율이 60% 이상 차지하고 있으며 레거시 반도체 점유율도 점차 높여가는 추세다. 또한 과잉 생산된 철강 및 석유화학 제품도 글로벌 시장에 저가로 유입되어 다른 국가의 산업을 위협하고 글로벌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과잉생산에 따른 저가 수출 공세가 글로벌 경제 및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먼저 글로벌 시장으로 유입된 과잉 생산품은 상품 가역을 급속하게 하락시키고 있다. 철강의 경우 가격 하락은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 주요 철강 생산국의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다음으로 중국산 저가 상품의 범람은 다른 국가들의 무역 적자를 심화시키고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 강화의 구실을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저가 생산 전략으로 각국의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해 해당 국가의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있다.
중국과 산업 전반에 걸쳐 경쟁하는 우리나라는 중국의 과잉생산에 따른 저가 수출 공세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는 유럽시장에서 현대차를 크게 앞서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에 구조조정을 걱정해야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으며, 철강도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한 중국과 격차가 가장 큰 것으로 여겨지는 반도체도 레거시 반도체의 경우 향후 10년 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의 비중이 약 40%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걱정을 더한다.
중국의 과잉생산은 글로벌 경제와 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각국은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분주하다. 우리나라는 특히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더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중국의 도전에 맞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여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기술 혁신, 무역 방어 정책 강화, 환경 기술 투자 등을 통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트럼프 시대에 미·중 갈등이 더 격화될 것이 분명한 만큼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대(對)중국 한·미 공조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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