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혁신 시급한 한국의 IT 산업
2025-03-24
우리나라 최대 자동차 수출업체인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 약 101만대를 수출했다. SK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25% 관세 조치가 시행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이 10조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현대차 메타플랜트(HMGMA)의 생산량을 50만대로 늘리는 등 연간 생산 규모를 120만대까지 확대하고, 제철소 건립을 포함한 수직 계열화를 추진해 원자재 관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산 능력 확대에는 2~3년이 소요되므로 단기적인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GM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생산한 물량의 84%인 42만대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한국GM은 관세 인상 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크다. GM 본사는 과거 유럽(오펠)과 호주(홀덴) 시장에서 철수한 전례가 있어, 한국GM에서도 철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국GM 노조가 미국 본사를 방문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수 시장 확대와 전기차 전용 라인 전환 등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한국GM은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이번 관세 조치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자동차 부품의 대미 수출액은 80억달러로, 전체 부품 수출액(225억5000만달러)의 약 36%를 차지했다. 자동차 부품에도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GM, 포드와 같은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증가하면서 한국산 부품의 수출이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국내 부품업체들은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생산 설비 구축과 공급망 재편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단기적으로는 부품업체들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의 자동차 관세 부과 조치는 단순한 무역 장벽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도 기존의 ‘수출 중심’ 전략에서 ‘현지 생산과 기술 선점’ 전략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이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 전략으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FTA와 국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한미 FTA 재협상을 통해 캐나다·멕시코·일본 등과 협력하여 관세 유예 조치를 추진해야 한다. 현재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 중 일부는 특정 산업에 대한 관세 면제 혜택을 협상한 사례가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유사한 조치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둘째, 미국 내 생산 확대과 전기차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북미 지역에서의 생산·구매·R&D 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역량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현대차와 기아차뿐만 아니라 한국GM도 전기차 모델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도록 유도하고, 국내 부품업체들이 전기차 핵심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R&D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정부 차원의 산업 구조 개편을 지원해야 한다. 정부는 자동차 산업의 구조 전환을 지원하고, 주요 교역국과 협상을 통해 완충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전기차 및 수소차 전환을 촉진하는 세제 혜택, 연구개발 보조금, 인프라 구축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25% 관세 부과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위기가 아닌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자동차 생산업체들은 기존의 ‘Made in Korea’ 수출 중심 전략에서 ‘Made by Korea’ 방식의 현지 생산과 기술 선점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긴밀하게 협력하여 단기적인 타격을 넘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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