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월남사 고려시대 불경, 전남도 유형유산 지정

고려 중기 불교문화 이해 중요 사료…월남사지 일대 문화관광 기틀 마련
최창봉 기자 2025-04-25 11:28:48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남사가 소장하고 있는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약사 권 제16’이 지난 24일 '전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사진=전남 강진군 제공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남사가 소장하고 있는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약사 권 제16’이 2025년 4월 24일자로 전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강진군은 귀중한 고려시대 불교유산을 보호하는 동시에, 성전면 월남사지 일대의 문화적 가치와 활용 가능성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에 지정된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약사 권 제16’은 고려 중기인 12~13세기, 당시 지방관이었던 김강정이 발원해 백지에 직접 필사한 불교 경전이다. 보현사 주지 활원이 이를 교정했다는 사실이 권말에 기록돼 있다. 이는 고려시대 사경(寫經)의 제작 방식과 당시 불교계 인물 관계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자료이다.

해당 불경은 초조대장경을 저본으로 필사된 것으로, 국내에서는 매우 희귀한 백지묵서본이며, 보관 상태도 매우 양호하다. 이는 고려대장경 인출본과는 다른 사간본 형식으로, 현재 남아있는 동일 경전류 가운데 유일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권말에 기록된 ‘을사년’ 필사 연대는 향후 정밀 연구를 통해 고려시대 사경 연대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이번 유형문화유산 지정은 단지 고문서 하나의 보존에 그치지 않는다. 월남사는 백제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서 깊은 고찰로, 진각국사 혜심이 중창하고 최씨 무인정권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역사적 중심지 역할을 했던 사찰이다. 이러한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가 집약된 공간에 있는 유산의 지정은 월남사지 일대를 역사문화와 관광의 거점으로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진군은 이번 문화유산 지정을 계기로 월남사지 주변 관광화 정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재 진행 중인 월남사 건물지 중창을 비롯해 도량의 완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월남사 일대를 생태관광과 문화체험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관광지로 조성할 방침이다.

강진원 군수는 “이번 문화유산 지정은 단순한 보존 차원을 넘어 강진의 역사적 위상을 알리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문화관광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 유산의 체계적 보존과 활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