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대만이 바라보는 한국 경제의 현주소

대만, 경공업서 IT중심으로 산업 혁신해 글로벌 위상 높여
한, AI 등 고부가가치 산업 과감한 투자로 경쟁력 갖춰야  
빅터뉴스 2025-04-28 15:56:48
1980년대 초 한국과 대만은 수출 주도 성장을 통한 신흥공업국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은 정부 주도하에 중화학 공업 육성으로 철강, 화학, 조선, 자동차 등 중후장대형 산업을 빠르게 키웠다. 대기업 중심의 과감한 투자는 단기간에 눈부신 성장을 이끌었지만, 높은 해외 의존도와 만성적인 무역 적자를 동반했다. 반면 대만은 민간 중심의 중소기업을 바탕으로 섬유, 완구 등 경공업 제품과 전자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장난감 왕국’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경공업 제품의 수출에 힙입어 막대한 무역 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이처럼 뚜렷한 차이를 보인 양국의 경제 발전 전략은 서로가 부러워했다. 한국은 연이은 무역 적자 속에서 대만이 경공업 수출을 통해 쌓아 올린 탄탄한 무역 흑자 구조를 부러워했다. 반대로 대만은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로는 불가능한 한국의 중후장대형 산업의 규모와 잠재력에 주목하며 성장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중공업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한국이 대만의 입장에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1980년대 동아시아 경제 성장의 쌍두마차였던 한국과 대만은 각기 다른 산업 전략 속에서 서로의 강점을 부러워하며 독자적으로 성장해 왔다.

1990년대 이후 중국의 개방은 대만 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며 이전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좁은 내수 시장과 노동력 부족이라는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만 기업들은 중국 시장으로 진출했는데, 이는 대만 경제의 숨통을 틔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과거 대만을 지탱했던 경공업 제품 생산은 중국으로 이전되었지만, 대만 경제는 IT 산업을 중심으로 한 첨단 산업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었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인 TSMC와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폭스콘 등이 대만 산업 구조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중화학 공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한국 경제는 1990년대 이후에도 대기업 중심의 성장 모델을 유지하며 자동차, 전자 등 주력 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갔다. 중국 시장 진출은 양국 모두에게 중요한 기회였지만, 대만은 이를 통해 기존의 산업 구조를 혁신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데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1980년대 무역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위상 측면에서 한국에 크게 뒤처졌던 대만은 이러한 열등감을 극복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원호 박사


실제로 지난 3월 28일 발표된 대만 경제부의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대만이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수출과 투자를 확대하며 연평균 3.2%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해 한국(2.5%)을 앞질렀다면서, 대만 경제의 견고한 성장과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보고서는 대만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AI 기술 발전과 맞물려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하며, 이는 대만 주식 시장의 높은 상승률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반면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주력 산업의 경쟁 심화와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의 필요성을 지적하며, 서비스업과 수출 품목 다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장세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만의 자신감에 대해 한국 경제는 경각심을 갖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주력 산업의 기술 경쟁력 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 바이오, 친환경 에너지 등 미래 유망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규제 완화를 통해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요구된다. 또한 대만과의 무역 구조를 단순히 경쟁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적인 협력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과거 한국과 대만은 서로의 강점을 부러워하며 성장했다. 이제는 양국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에 공동 대처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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