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정상적인 경제 회복 궤도에 오르는 길

건설투자 재개동 시급, 서비스업 혁신도
소비쿠폰 지급대상 더 세밀하게 조정해야
빅터뉴스 2025-09-15 15:21:09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9월 경제동향’ 보고서는 우리 경제가 ‘소비의 온기’와 ‘건설의 냉기’가 공존하는 복합적인 상황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소비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정책적 촉매와 대면 서비스 수요 회복에 힘입어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건설 투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 여파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엇갈린 흐름은 단기적으로 경기의 급격한 하강을 막는 역할을 하지만, 지속 가능한 회복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속도와 ’지속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KDI가 지적하듯 소비쿠폰은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뚜렷한 효과를 보였다. 유효기간과 사용처를 제한해 소비를 유도했고, 한계소비성향(MPC)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할 경우 즉각적인 소비 증진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지역 소상공인 매출을 늘리는 데 기여하며 정책 목표에 부합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소비쿠폰의 부작용도 적지 않다. 우선 대체·앞당김 효과다. 쿠폰이 없어도 살 물건을 시기에 맞춰 샀거나, 원래 예정된 소비를 앞당긴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실제 소비가 늘지 않고 통계상의 착시만 남는다. 둘째, 특정 기간·품목에 소비가 몰리면 ‘쿠폰플레이션’이 생길 수 있다. 쿠폰 사용이 집중되는 순간, 일부 상점이 가격을 올려 실질 구매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마지막으로 행정비용이다. 발행과 관리, 환급에 들어가는 비용이 효과를 잠식할 수 있어 효율성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소비쿠폰은 단기적으로 소비의 속도를 높이는 데 유용한 도구이지만, 이것으로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일회성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회복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소비와 건설 부문의 상반된 흐름을 통합하는 균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단기적 부양책과 함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장기적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정상적인 회복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속도와 지속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건설투자 재가동이다. 부동산 PF 경색으로 멈춘 정상 사업장엔 선별적인 유동성 지원을 통해 숨통을 틔워야 한다. 공사대금 팩토링, 보증 연계 대환 같은 장치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시켜야 한다. 단, 엄격한 심사를 통해 금융 부실을 키울 수 있는 무분별한 지원은 경계해야 한다. 건설 경기 회복은 곧바로 일자리 창출과 소비 확대로 이어져 경기 회복의 속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둘째, 서비스업의 혁신이다. 지금처럼 제조업과 건설업이 둔화되는 시기에는, 숙박·관광, 의료·헬스케어, 문화콘텐츠 등 성장 잠재력이 큰 서비스 산업을 우리 경제의 ‘두 번째 성장 엔진’으로 키워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전문 인력을 키우며,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도록 지원한다면, 문화생활이나 여가 활동 등에 지출을 늘리게 되어 소비가 꾸준히 이어질 수 있다. 서비스업 혁신은 단순한 소비 확대를 넘어 지역 격차 완화, 일자리 창출, 산업 다각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이원호 박사


셋째, 소비쿠폰 지급 대상을 더 세밀하게 조정해야 한다. 향후 발행할 소비 쿠폰은 단순히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 청년, 그리고 골목상권처럼 소비 여력이 큰 계층 및 업종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시기를 분산하고 문화·관광과 같은 경험재 소비로 확장하면 단발성 효과에 그치지 않고 더 오래가는 효과를 낼 수 있다.

9월 KDI 경제동향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단기적 처방인 소비쿠폰으로 경기 회복의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건설과 서비스업의 구조 개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 두 축을 조화롭게 맞물린다면 우리 경제는 일시적 완화를 넘어 지속 가능한 회복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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