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전 11시 12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국사 지하 통신구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이 화재로 마포구, 서대문구, 중구, 용산구 등 지역에서 KT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인터넷, IPTV 등 서비스 장애가 일어나고, KT망을 이용하는 카드결제 단말기와 포스(POS; 판매시점 정보관리 시스템)가 ‘먹통’이 되는 사태가 벌어지며 편의점, 식당, 커피전문점 등이 영업에 차질을 빚는 등 서울시내 14개 동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통신 장애는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 일부에서도 발생했다. 이날 불은 화재 신고가 접수된 지 10여 시간 만인 저녁 9시 26분에야 완전히 꺼졌지만 통신 설비 복구는 진행 중이다.
네티즌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봤을까?
빅터뉴스(BigDataNews)가 사건 전후(11월 23일~26일) 온라인 여론을 소셜 메트릭스로 분석해 봤다.
검색어 ‘KT’는 나흘간 총 14만 3392건의 버즈량을 기록했다. 그 중 절반이 넘는 7만 5524건이 화재가 발생한 24일 하루에 일어났다. 전날 3116건에 불과하던 온라인 상 ‘KT’ 언급량이 화재로 인한 통신 장애로 25배 폭증한 것이다.
‘KT’ 버즈가 발생한 SNS 매체는 트위터가 12만 9238건으로 가장 많았고, 인스타그램 7306거, 뉴스 3144건, 커뮤니티 2503건, 블로그 1201건 순이었다.
◆ 모 병원 간호사, “이러다 사람 하나 죽겠구나” 6839회 RT
이 기간 SNS 공간에서 가장 핫했던 이슈트위터는 모 병원 간호사로 추정되는 누리꾼 skdb****의 24일 트위터 “와 오늘 KT화재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진짜 문제는 병원 전산이 멈춰버린것 의료진 콜폰 KT썼는데 전화 자체가 안 되버리니 응급 상황에 서로 콜을 못해서 원내 전반 방송만 오질나게 띄웠다 이러다가 사람 하나 죽겠구나 싶었다”로 6839회 리트윗 됐다.
이 누리꾼은 “산소포화도 60대로 떨어지는데 콜이 안 돼ㅠㅠㅠ 의사 찾으러 떠나면 환자도 타계할것 같아서 옆에서 초조하게 있고 다른 샘이 대신 의사 찾으로 전층 뛰어다녔는데 환자는 점점 파래지고 나는 점점 죽고싶었다ㅜㅜㅜ”, “어레스트나 그런것은 원내 전반 방송으로 뜨는데 비피 떨어지거나 디세츄레이션같이 어레스트에 준하는 상황은 콜이 안되니 암것도 못했다 사실 세츄 30대로 떨어져서 컨펌 없이 엠부를 짜긴 했는데 살릴 수 있는 사람도 죽을 것 같았다 너무 무서웠다” 등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 “오늘 홍대 무서웠어, KT 끊겼다고 아무것도 못해”
다른 누리꾼 _010***은 “오늘 홍대 무서웠어 친구랑 느낀게 kt하나 끊겼다고 모든 사람들이 아무것도 못해 atm기도 다끊기고 와이파이 안돼 엘티이 안돼 현금 뽑지도 못하고 전화문자카톡 전혀 안되고 그냥 홍대 마포에 갖혀있는 그 자체... 밥조차 못사먹었어 편의점 돈뽑는 기기도 안돼서ㅠㅠ와 우리 스마트에 너무 지배당해”라며 결제, 전화, 문자, 현금인출 등 활동이 모두 막힌 마포 홍대 일대의 통신대란 상황을 묘사했다. 이 트윗은 4578회 리트윗 되며 많은 네티즌들에게 공유됐다.
◆ “그동안 너무 방심했다”, “이대 신촌 홍대 연남 망원, 주말 장사 자영업자 재난”
누리꾼 kitty******는 “KT화재로 이동통신과 인터넷 끊기자. 갑자기 분위기 1990년대. 집 전화기 산다고 알아보고, 홍대 공중전화 박스 줄섰대고,식당은 카드결제 못해서 난리고 ㅠㅠ 우리 그동안 너무 방심했음. KT뿐 아니라 다른 통신사들도 정부가 나서서 점검해야함.뭐가 문제 생기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해야함.”(RT:3790), “KT화재로 서대문구 마포일대에 인터넷과 이동통신 안 되는 게. 그냥 나만 불편한 일인 줄 알았는데. 이거 재난 맞다. 주말 영업하는 이대, 신촌, 홍대, 연남, 망원... 어떡함? 다들 주말 장사해서 나머지를 버틸텐데. 자영업자들에게 재난 맞음. KT는 이거 어떻게 보상할건데?”(RT:3651) 등 정부의 점검과 KT의 보상을 촉구하는 글을 올려 다른 누리꾼들의 지지를 받았다.
◆ 인스타그램에선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접속불가” 공지
10대~20대 젊은 층이 즐겨 이용하는 인스타그램에는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대한축구협회의 “KFA홈페이지(www.kfa.or.kr) 접속불가” 공지가 떴다.
축구협회는 “서울 충정로 KT 화재로 인한 통신장애로 KFA홈페이지(www.kfa.or.kr)를 비롯하여 JoinKFA, KFAedu, KFAmedia등 KFA와 관련된 모든 사이트 접속이 불가합니다. 최대한 빨리 정상화 될 수 있도록 KT와 긴밀히 협의해 작업 중입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며 양해 부탁 드립니다.”라고 알렸고 4761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이 글에는 “헐 인명피해는 없어요????????”(xprisme******), “공지난 것만 보면 선수들 부상 소식인 줄 알고 심장 떨어지는 거 같음”(oi._****), “kt가 축협스폰서니 잘해결되었으면 좋겠네요”(2soo***), “이래서 국가통신망이 정말 중요함”(gunhee*****) 등 댓글이 이어졌다.
◆ ‘일상 마비된 IT강국...재난 수준’ 기사에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문제였다” 댓글
뉴스에서도 마비된 인터넷, 카드결제 등을 다룬 소식에 가장 많은 댓글이 달렸다.
25일자 연합뉴스 「KT 화재에 일상 마비된 'IT강국' …"이 정도면 재난 수준"(종합)」은 “24일 발생한 서울 KT 아현지사 화재로 서대문과 마포 일대를 중심으로 일상이 멈춰섰다. 모세혈관처럼 사회 곳곳에 뻗어있는 통신망에 너무 많은 것을 의존하는 IT(정보통신) 강국이 화재 사고 한 번에 마비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각종 정보 수집과 결제 등 거래에 사용되는 스마트폰이 무용지물이 된 서울 일대 곳곳의 사례를 보도했고 이 기사에는 2540개의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 hyeo****의 “그러게 진작에 인력 충원으로 자체 시설 정비팀을 강화했어야지. 문제가 발생할 땐 뭐하다 언론들은 이제와서 비판 보도만 쏟아냄. ‘6만명이 넘던 직원 수가 사기업화 전후로 구조조정되는 과정에서 2만3000명으로 줄었는데, 감축된 만큼을 전부 비정규직으로 대체했다’ ‘상설적으로 케이블 설비를 관리하는 인원들을 다 자르고, 중요 업무를 도급업체에 다 넘겼다.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문제였다’”는 3272개의 공감(비공감 513개)을 얻었고, tlag****의 “통신요금은 그렇게 많이 받아X먹으면서 안전문제에 드는 돈은 계속 줄였구나.그러다 이사단 난거.‘이번 사고는 통신구를 담당하는 팀에서 화재 위험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회사는 유선네트워크에 대한 시설 투자와 관리 인력을 계속해서 줄여왔다’”는 공감 2760개와 비공감 236개를 받았다.
◆ “北 특수부대, 한강하구 침투해 통신·전기 끊어버리면 전쟁 끝” 댓글 논란
24일자 연합뉴스 「KT빌딩 불길 잡혀…"오늘 안에 완진, 통신 완전복구까지 일주일"」은 화재 당일 오전 11시 12분께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국사 건물지하 통신구 화재가 약 3시간 10분 만인 오후 2시 23분께 불길이 잡혔다고 전했다. 전화선 16만 8천회선, 광케이블 220조가 설치된 통신구에 발생한 이날 화재로 서울 시내 14개동의 유무선 통신이 마비됐다. 이 기사에는 1557개의 댓글이 달리며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누리꾼 nice****의 “전쟁 나면 한강하구로 특수부대들 잠입해서 노량진에서 내린 뒤 통신3사 국사들 다 파괴하고 철도 전기 끊어 버린 뒤 방송국, 국회 장악해버리면 대규모 탱크 쳐들어오기도 전에 전쟁은 게임 오버 되겠구만. 이미 한강 하구에 특수부대, 간첩 막는 용도인 철책 다 제거 해버리고 남북 한강 공동조사로 지형까지 다 조사해갔으니 특수부대 투입되는 건 일도 아님. 그러고나서 전방에 지뢰 제거 하고 만들어놓은 도로로 기갑부대 기습 고속기동해서 내려오면 GP도 파괴했겠다, 휴전선 근처 비행기 못 띄우게해서 정찰도 안되겠다. 하이패스 통과하겠네.”는 1735개의 공감(비공감 499개)을 얻으며 논란을 일으켰다.
“그래도 화재 진압되어 다행이에요 복구가 신속히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vita****, 공감 933 비공감 166), “갑자기 인터넷안되서 깜짝 놀랐어요 핸폰 맛이간줄알고 꼇다켰다반복했는데 화재가 났었군요ㅠㅠ부디인명피해없고 잘회복됬으면 좋겠네요”(khk4****, 공감 668 비공감 72) 등 댓글들이 이어졌다.
◆ KT 연관어, 화재>전화>인터넷>카드>서대문 순
나흘간 ‘KT’ 연관어 1위는 단연 ‘화재’였다. 총 6만 5513건의 버즈량을 보였다.
이어 통신 장애를 일으킨 ‘전화’(3만 6688건), ‘인터넷’(2만 2464건), 결제가 되지 않아 애를 먹인 ‘카드’도 2만 1963건의 언급량을 일으켰다.
통신 장애가 집중적으로 일어난 ‘서대문’(1만 9517건)과 ‘서대문구’(1만 6729건)가 연관어 5위와 6위에 올랐고, ‘홍대’도 1만 5019건의 버즈량을 기록했다.
기간별로는 화재 발생 당일인 24일에는 ‘카드’가 1만 8184건으로 3위, ‘결제’는 1만 1729건으로 7위에 올랐고, 다음날인 25일은 ‘서울’이 6493건(3위), ‘북한’이 5990건(5위), ‘통신망’이 4500건(7위) 각각 등장했다. ‘찌라시’(4355건)도 9위에 올랐다.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된 26일에는 ‘복구’(2064건), ‘직원’(1519건) 등이 연관어로 등장한 가운데 ‘사망’(1302건), ‘노인’(1298건), ‘70대’(1287건) 등이 떠올랐다.
KT 통신망 장애 중인 25일 새벽 5시 30분경 마포구 한 주택가에서 70대 위급 환자의 119 신고가 지체돼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유가족들은 평소 당뇨병을 알고 있던 주 모씨(여, 76)가 어지럼증과 심장 통증을 호소하자 119 신고를 시도했지만 30분간 연결이 되지 않아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 ’KT’ 관련 부정 감성어 58% : 긍정감성어 22.5%
‘KT’ 관련 부정적 감성어와 긍정적 감성어 비율은 58.0% 대 22.5%로 부정 감성어가 2배를 훌쩍 넘었다. 중립어는 18.9%, 기타는 0.7%였다.
◆ 부정 감성어 1위는 ‘무섭다’, 긍정감성어는 ‘믿다’
부정 감성어 중에는 ‘무섭다’가 9179건으로 가장 많았고, ‘장애’ 5163건, ‘불편하다’ 3808건, ‘불편한’ 3670건, ‘피해’ 3196건 등이 뒤를 이었다.
긍정 감성어는 ‘믿다’ 5099건, ‘바라다’ 1647건, ‘보상’ 1527건, ‘안전하다’ 1356건, ‘안전’ 1257건 순이었다.
부정 감성어 ‘무섭다’는 “오늘 홍대 무서웠어” 트위터가 4578회 리트윗 되며 버즈량을 높였다. 이 트위터는 뉴스기사에도 인용되며 버즈량 증가를 부추겼다.
‘믿다’는 누리꾼 ripper****가 올린 “아니 진짜 지금 2018년 맞음? 고작 저런 루머에 선동된다고? 저런 찌라시를..믿어서..북한이..전쟁할려고 일부러 kt에 불낸거라고..믿는다고..?”가 4959회의 리트윗을 기록하며 긍정 감성어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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