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어려운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집터 잡고 문 달지 않은 격”

누리꾼들은 뉴스 댓글 속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어떻게 보고 평가했을까.

뉴스 댓글 분석 프로그램 ‘워드미터’로 조사한 결과 1년간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네이버> 뉴스는 인링크 기준 677개 나왔고 댓글은 2만 2285개 달렸다.

◆ 동료들 괴롭힘에 간호조무사 실습생 투신

동료들 괴롭힘에서 비롯된 간호조무사 실습생의 극단적 선택을 보도한 연합뉴스 「'동료들 괴롭힘 때문에 힘들다'…간호조무사 실습생 투신해 숨져」(2019. 1. 12)에는 1286개 댓글이 달렸다.

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조무사 실습생 A(28)씨가 전북 익산시 한 아파트 9층에서 투신해 숨졌다는 보도였다. 간호학원을 수료하고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실습 중이던 A씨는 ‘동료들의 괴롭힘 때문에 힘들다.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에 (자신을 힘들게 한) 동료들의 실명을 언급했다”며 “병원 관계자 등을 상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누리꾼, “실습생이 얼마나 안다고..” “병원내 폭력도 체육계 못지 않아”

“실습생이 일을 잘하면 얼마나 잘하고 병원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안다고..실습하러 온 사람을 잘 도와주고 잘 마칠 수 있게 도와줘야지 괴롭히다니 진짜 못된 인간들 많구나”(2125****)는 1602개의 공감을 얻었다.

“내가 아는분 딸도 간호대 나와서 어렵게 종합병원 들어갔는데 고참들 괴롭힘에 두달도 못하고 나왔다. 심지어 밥먹을 시간도 안줘서 밥도 못먹고 일하고 은근한곳에서 구타도 비일비재하단다. 큰병원에서 몇달근무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엄청나다.”며 “체육계 폭력도 문제지만 병원내 폭력도 만만치 않다한다.”고 비판한 댓글은 138개 공감을 얻었다.

기사를 읽은 누리꾼들이 표한 감성반응 1157개 중 ‘화나요’가 957개로 가장 많았고, ‘슬퍼요’도 157개였다.

◆ 실제 처벌 어려운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사업자가 가해자면 유명무실

지난해 12월 28일 SBS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통과됐지만…실제 처벌 어려워」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처벌 규정이 없고 프리랜서나 소규모 일터에서 일하는 약자들은 보호받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업주의 피해자 보호조치를 의무화하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줄 경우 처벌하는 식이라 사업자가 가해자일 경우 유명무실하다는 점도 문제다. 한 시민단체는 “집터는 잘 잡았지만 문을 달지 않은 격”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 누리꾼, “합법적 괴롭힘 방법 수만 가지” vs “왕따들은 다 이유 있어”

“진짜 직장내 괴롭힘은 그렇게 직설적이고 순진한게 아니다. 순간의 화를 못참아 버럭하는게 진짜 괴롭힘이 아니라는 거다.상사가 합법적으로 괴롭힐 방법은 수만가지고, 혼자서 괴롭히는게 아니라, 조직적으로 괴롭히면 다 큰 어른이 멘붕이 되고 자살할 수도 있다. 이런 지능적안 괴롭힘은 증명하기도 거의 불가능하고... ㅠㅠ”라며지능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직장내 괴롭힘 문제를 지적한 댓글(nspe****)이 공감을 얻었다.

누리꾼 zeni****는 “이런 것을 법으로 만들어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씁쓸하다. 과속카메라가 있어야만 과속을 안하고 경찰이 있어야만 정지선을 지킨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안한다.”며 “갑질도 그렇다. 법을 만들면 지키겠지만 안보이는 곳에선 더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 누리꾼은 “도덕적 해이가 만들어낸 것을 법으로 처리할려고 하면 한계가 온다”며 “나이가 많고 돈이 많고 지위가 높고 권위가 있고 그런데 도덕적 양심은 없고 배려심 없고 상식이 없고 피해만 준다면 사람취급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반면, “피해자가 무능해서 일을 못해서 문책받는거를 직장내갑질이라고 하면 어찌하란건가?”( jkop****), “왕따들은 다 이유가 있음.사람들이 일제히 한명만 싫어하는게 우연의 일치겠냐?~얌체짓, 잘난척, 여우짓, 뺑끼, 눈치없음, 냄새남, 무능함, 남한테피해줌 뭐이런 사람이 대부분임.”(aqud****) 등 무능에 대한 문책이나 자초한 따돌림을 직장내 괴롭힘이라 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가해자 처벌법 아니야... 신고자를 불리 조치한 사장은 처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인 지난해 12월 29일 서울신문은 「[팩트체크]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통과…소주 ‘원샷’ 시킨 최 팀장의 운명은」을 통해 주말에 전화하는 김 부장, 회식 때마다 술을 강권하는 최 팀장 등 상사들의 괴롭힘이 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체크했다.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은 가해자를 직접 처벌하는 내용이 아니다. 직장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누구든 사장에게 신고할 수 있고 사장은 반드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사실이 확인되면 피해 근로자의 요청에 따라 근무장소를 변경하거나 유급휴가 등을 줘야 한다. 사장은 가해자에게 징계를 내려야 하고, 사장이 피해자나 신고 근로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내렸다면 그때 사장은 처벌을 받는다. 한편, 사장이 괴롭힘의 직접 가해자인 경우 이 법으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

◆ 누리꾼, “국민의식 얼마나 후졌으면 이런 법이”

“얼마나 국민의식이 후졌으면 이런법안이 나오냐ㅉ” 댓글(ghkd****)은 1132개 공감을 받았다.

음주 강권은 명백한 직장내 괴롭힘이라는 기사 내용에 “먹기싫다는 인간들은 뭣하러술자리 데리고다니냐 안주값도 비싼데”라는 댓글(cwpl****)에는 384명 누리꾼들이 공감을 표시했다.

◆ ‘직장내 괴롭힘’ 감성어 비율, 부정 79.8%>긍정 20.2%

‘직장내 괴롭힘’이 언급된 SNS 문장에 함께 포함된 긍부정 감성어 비율은 부정어가 79.8%(1794건)으로 긍정어 20.2%(454건)보다 훨씬 많았다.

감성어 3090건 가운데 긍정적 언급은 지난 2월 23일에 가장 많았다. 이날 감성어 24건 중 23건이 긍정어로 95.8%였다. 고용노동부의 “#직장내괴롭힘 에 대한 #적극적인대응 과 #사전예방 으로 #행복한직장문화 를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직장 내 괴롭힘, #당신의_잘못이_아닙니다.” 트위터는 68회 리트윗 됐다.

부정어 언급은 6월 24일에 가장 많았다. 감성어 127건 중 111건(87.4%)이 부정어였다.

◆ ‘직장내 괴롭힘’ 부정 감성어, ▲심각 ▲조롱... 긍정어는 ▲좋다 ▲안정 ▲감동

‘직장내 괴롭힘’과 관련된 부정 감성어는 ▲심각 ▲조롱 ▲외면 ▲잘못하다 ▲우려 ▲성폭력 순이었다.

‘조롱’은 “업계가 심각한 문제로 다루고 있는 직장내괴롭힘을 "군대놀이"로 격하하며 본질을 외면하고 조롱하는 것은, 당신이 군부심에 젖어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뿐이에요.” 트위터에 언급되며 부정 감성어 2위에 올랐다.

긍정 감성어는 ▲좋다 ▲안정 ▲감동 ▲강력하다 ▲고급 ▲공정 등이었지만 개수는 미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