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LG화학(051910)과 삼성전자(005930), NAVER (035420) 등의 주가가 하늘을 찔렀다. 풍부한 유동성과 ‘동학 개미’들이 시장에 끊임없이 유입되면서 이들 주가는 새해에도 진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주가 예측은 한마디로 F학점이다. 지난해 증권사에서 최다 추전을 받은 LG화학의 주가를 맞춘 애널리스트는 한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NAVER의 주가를 근접하게 맞췄을 뿐이다. 증권사들이 신성장 동력과 새로운 트렌드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면서 부실 리포트를 양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의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지만 장기 주가 예측이 크게 벗어나면서 개선의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6일 빅터뉴스 부설 빅터연구소의 ‘2020년 6월 다수 추천 종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5회 이상 목표가 추천을 받은 종목은 모두 34개로 조사됐다. 20회 이상 추천을 받은 종목은 LG화학과 NAVER, 삼성전자 등 3종목이었고 SK하이닉스와 KT가 15회로 그 뒤를 따랐다.
그밖에 10~14회 이상 추천을 받은 종목은 카카오와 POSCO, 삼성전기, 엔씨소프트, SK텔레콤, LG생활건강, LG이노텍, CJ제일제당, 현대제철, 삼성SDI, LG전자, LG디스플레이, 아모레퍼시픽, CJ대한통운, 더블유게임즈, 제이콘텐트리, KT&G 등 17개였다. 5~9회 추천 종목은 LG유플러스와 롯데케미칼, SK머티리얼즈, 한화솔루션, 셀트리온, 롯데하이마트, 현대차, 현대모비스, 일진머티리얼즈, SK이노베이션, SK, 현대백화점 등 12개다.
LG화학과 삼성전자, NAVER는 애널리스트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최다 추전 종목으로 선정됐지만 목표가는 한마디로 ‘꽝’이다.
목표가를 가장 맞추지 못한 종목은 LG화학이다. 모든 애널리스트의 목표가가 20% 이상 벗어나면서 RMSE(정확도)는 평균 46.41%로 최악을 기록했다. RMSE는 수치가 낮을수록 정확도가 높다는 상대 평가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보통 ▲0~10 ‘목표가 적중’ ▲10.1~20 ‘대체로 근접’ ▲20.1 이상 ‘참고할 가치 없음’ 등 3단계로 나뉜다.
하이투자증권의 원민식 애널리스트는 6개월 후 목표가를 45만원으로 제시했지만 지난해 12월28일 기준 LG화학의 주가는 81만4000원으로 오차율이 무려 80.89%에 달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이도연 애널리스트(66.12%)와 키움증권의 이동욱 애널리스트(62.80%), KB증권 백영찬·이베스트투자증권 이안나 애널리스트(55.05%), 메리츠증권 노우호 애널리스트(50.74%), KTB투자증권 이희철·NH투자증권 황유식·대신증권 한상원 애널리스트(48%), 한국투자증권 이도연 애널리스트(45.36%), 삼성증권 조현열 애널리스트(42.81%) 등도 오차율이 높았다.
LG화학 목표주가는 BNK투자증권의 김현태 애널리스트와 미래에셋대우 박연주 애널리스트가 동일하게 65만원으로 제시해 애널리스트 순위에서는 공동 1위에 올랐지만 오차율이 25.23%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주가 예측도 엉망이다. KB증권 김동원·하나금융투자 김경민 애널리스트 등은 지난해 6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6만1000원으로 제시했지만 같은해 12월28일 삼성전자는 7만8700원으로 장을 마감해 오차율이 29.02%로 나타났다. 키움증권의 박유악·한국투자증권의 유종우 애널리스트(26.94%), 메리츠증권 김선우·유진투자증권 이승우·KB증권 김동원 애널리스트(22.97%), NH투자증권 도현우 애널리스트(19.24%), 한화투자증권 이순학·KTB투자증권 김양재 (17.45%), 미래에셋대우 김영건·케이프투자증권 박성순·NH투자증권 도현우·대신증권 이수빈·신한금융투자 최도연 애널리스트(15.74%) 등의 오차율도 높았다.
DB금융투자증권 어규진 애널리스트는 그나마 삼성전자 6개월 후 주가를 근접하게 맞췄다. 어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를 7만원으로 제시해 오차율이 12.43%에 그쳤다.
LG화학과 삼성전자 주가 예측과 달리 NAVER 주가 예측 정확도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증권사 평균 RMSE는 14.86%로 주가 목표치가 근접했다는 평가다.
NAVER 주가 예측은 대신증권의 이민아·IBK투자증권 이승훈 애널리스트가 오차율 0.36%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들 애널리스트는 목표가를 28만원으로 제시했는데, NAVER 지난해 12월28일 주가는 28만1000원이었다. 신한금융투자 이문종 애널리스트가 오차율 -1.40%(28만5000원)으로 2위를 차지했고, 이베스트투자증권 성종화·메리츠증권 김동희 애널리스트가 오차율 -3.10%(29만원)로 3위에 올랐다. 그밖에 케이프투자증권 이경일·흥국증권 조태나 애널리스트(-6.33%), 하이투자증권 김민정·DB금융투자 황현준 애널리스트(-9.35%)가 오차율 ±10안에 들어와 상위권에 올랐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다수 추천 종목조차 주가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수소·전기차와 2차 전지 등 새로운 산업의 성장성과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트렌트 변화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 11월 전년 동기대비 55% 늘면서 LG화학의 배터리 판매량은 252% 급증했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증권사들이 NAVER 주가를 그나마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NAVER의 성장성을 꾸준히 분석하고 평가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LG화학의 경우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을 제대로 짚지 못했고, 삼성전자도 코로나19 이후 반도체의 급격한 수요 증가를 내다보지 못하고 ‘애니콜 신화’ 등 과거 데이터에 몰입한 탓”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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