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팔아서 오토바이 기름값 대기 바빠요”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김영상 사무총장 인터뷰
“매주 계속되는 대형 프렌차이즈 할인 행사 규제해야”
2021-01-13 12:45:51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김영상 사무총장이 코로나 시대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들의 애환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배달앱이 자영업자들을 개미지옥으로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음식점이 울상이지만 음식배달서비스업은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코로나19 초기였던 지난해 4월에 대표적인 배달앱인 배달의민족이 수수료체계 변경을 꾀하다 여론으로부터 따가운 질타를 받다 백지화했다. 배달의민족은 딜리버리히어로(DH)와 인수합병에 성공하며 시장 장악에 나섰다. 음식배달업이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 속에서도 음식점 사장님들의 눈물은 마를 날이 없다.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의 김영상 사무총장을 만나 소상공인들의 애환을 들어봤다.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은 어떤 단체인가 
-‘골목상권이 살아야 지역경제가 살고, 지역경제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기치아래 자영업자 스스로 골목상권을 이용하는 소비자로서의 역할을 실천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이다. 저는 20여년간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발전과 지위향상을 위하여 정책을 개발하여 제안하고 건의하는 협회와 단체에서 일을 해 왔다. 최근에는 청년창업 특히 외식업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창업절차와 레시피, 메뉴제공, 조리법, 배달앱 활용법 등을 교육하여 창업과 더불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

▲배달앱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다
- 배달앱들은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들을 배달앱시장으로 유인한다. 배달앱의 편리함에 중독된 소비자들은 배달앱을 계속 이용하게 된다. 공급자가 소비자의 욕구를 무시하고 장사할 수 있겠는가? 배달앱은 많은 음식점 사장님들을 개미지옥으로 빠뜨렸다. 음식점 사장님들은 자발적 경쟁(?)을 통해 제 살 깎아먹기 장사를 할 수 밖에 없다. 배달앱 회사들은 이를 즐겨가며 자신들의 뱃속을 채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달앱 덕택에 홍수를 이루던 전단지가 많이 없어지고 새로운 산업형태가 자리매김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한다
-음식점의 경쟁력은 맛과 영양, 위생 등이 되어야 한다. 쿠팡이츠를 보자. ‘1주문 1배달’을 승부수로 내걸고 음식점주에게 배달비 부담을 강요한다. 배달시간이 음식점의 경쟁력이라는 게 말이 되나? 요기요도 이에 뒤질세라 ‘요기요 익스프레스’를 출범시켰다. 1만5000원짜리 치킨 한 마리 팔면서 배달비만 5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예컨대 우리가 은행을 갔는데 은행에서 고유의 업무인 여?수신 업무는 뒷전이고 ‘농산물 판매’에만 골몰하고 있으면 그게 은행인가? 농산물판매상 아닌가? 배달앱은 음식점주들에게 음식 맛보다는 배달비를 더욱 많이 부담하라고 강요한다. 오죽하면 “죽어라 짜장면 팔아서 오토바이 기름값 대기 바쁘다”는 푸념이 나오겠는가? 지난 6일에는 폭설로 인해 배달대행사들이 3일 동안 업무중단을 선언했다. 배달이 불가하게 되자 음식점도 문을 닫아야 했다. 외식업이 이제는 운수업이 돼버린 세상이다. 

▲지난해 4월 배민의 수수료 체계 변경 이후 배달앱 횡포에 대한 가맹점들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는데
-코로나 19 사태로 홀만 운영하던 업주분들이 대거 배달앱에 참여하면서 배달앱을 이용하는 음식점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4월 배민이 수수료정책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변경한다고 할 때 외식업중앙회 등이 공정위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엄청나게 저항해 결국 백지화됐다. 정액제를 운영하려던 배민은 전화위복이 된 셈이고 포화상태인 배민의 광고 효율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광고비를 두 배 이상 지출해야 코로나19 이전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게 됐다. 광고 효율이 떨어졌으면 광고비를 인하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배달앱들은 이를 무시한다. 이는 배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맹점주는 허리가 휘는데 배달앱 회사들은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음식점주는 배달앱을 이용하지 않으면 그나마도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배달앱을 이용하지만 광고비와 수수료, 배달비를 합하면 매출대비 약 30% 가까운 금액을 배달앱 회사에 떼 주는 상황이 됐다. ‘일만 죽어라하고 남는 이윤은 없다’며 배달앱 이용을 포기하는 음식점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쿠팡이츠 등 후발주자들이 시장에 진입하면 배달앱 갑질 횡포가 줄어들어야 상식 아닌가
-후발주자로 나선 쿠팡이츠의 갑질이 가장 심하다. 쿠팡이츠는 ‘1주문 1배달’을 모토로 배달원에게 지불하는 배달비를 턱없이 올려놓았다. 음식점주가 남기는 이문보다 배달비가 더 비싸다. 더욱이 쿠팡이츠는 턱없이 올려놓은 배달비 부담을 음식점주에게 전가하고 있다. 배달앱이라는 ‘개미 지옥’에 음식점주들을 몰아넣어 놓고 배달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쿠팡이츠는 또 음식점주에게 수수료를 주문당 1000원만 받고 있다고 홍보하지만 기획행사일 뿐이다. 행사기간이 지나면 매출액의 15%를 수수료로 떼 간다. 여기에 배달비 부담과 각종 결재수수료까지 더하면 음식점주에게 남는 게 없다. 결국 음식에 들어가는 고기를 몇 점 줄이거나 음식값을 인상할 수밖에 없게 된다. 소비자만 피해 보는 상황이다.

▲배민은 지난해 몇 차례 서버가 다운되면서 음식점주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입혔지만 이에 대한 보상이 터무니없어 불만이 많다던데
-배민과 가맹점 사이의 계약내용은 서버가 다운된 시간 동안 광고비를 보상하도록 되어 있다. 불공정 계약이다. 음식점주들은 장사를 하기 위해 준비해뒀던 식자재를 버려야 한다. 버려지는 식자재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다. 배민은 계약서에 적혀 있는 금액보다 많은 금액을 보상해줬다고 얘기한다. 결혼식 사진이 담긴 필름을 현상소에 갖다 맡겼는데 현상소에서 필름을 망가뜨려놓고 필름 망가졌으니 필름값만 보상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배달앱이 ‘부익부 빈익빈’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프로모션을 통한 할인행사를 매주 진행한다. 예컨대 A라는 치킨 업체는 매주 월요일에 배달앱을 통한 주문을 하면 1만원을 할인해준다. 치킨 프랜차이즈의 할인행사가 있는 날이면 반경 5㎞ 이내에 있는 치킨집들은 개점휴업이 된다. A업체가 치고 나가면 B치킨 업체는 화요일, C업체는 수요일…. 프랜차이즈가 아닌 영세치킨집이 정상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날은 일주일에 고작 3~4일뿐이다. 배달앱 회사들은 대형 프랜차이즈의 할인 행사에 일정 비용을 부담한다. 배달앱에 항의를 해 보지만 ‘대답 없는 메아리’에 그칠 뿐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할인 행사를 하고 광고주들이 할인을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지만 대형프랜차이즈와 배달앱의 거대자본에 의한 소상공인 말살 프로그램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백화점은 연간 세일 횟수와 기간을 법으로 정해 놓고 있다. 반면 배달앱에서 대형 프랜차이즈들의 할인 행사는 연중무휴 진행된다. 이에 대한 적절한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 

▲지난해 말 공정위는 DH의 배민 인수를 허용하는 조건으로 요기요의 매각을 명령했고 DH가 이를 수용했다. 배달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는가
-공정위 발표 이후 독일에서 DH의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무슨 의미일까? 독일의 한 언론은 요기요를 두고 DH의 한국 딸(Südkorea-Tochter Yogiyo)이라는 표현을 썼다. DH는 자신의 딸까지 내주며 배민의 김봉준 의장을 품에 안았다. DH와 투자자들은 김봉준을 품에 안는 것과 그가 아시아 시장에서 펼쳐 줄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배달앱 시장은 그들의 관심사 밖에 있다는 의미이다. 요기요는 대형 프랜차이즈와 손잡고 연중무휴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골목상권을 말살시키고 있다. 쿠팡이츠는 주문수수료를 1000원만 받는다는 거짓홍보와 배달비 경쟁을 유도하며 가맹점에 비용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공정위는 시장에서 벌어지는 이런 말도 안 되는 행위들을 우선해서 바로 잡아야 한다. 

▲지난해 배민의 수수료 파문이 일면서 공공배달앱의 필요성이 대두됐는데 
-배달앱의 핵심은 소비자와 음식점주를 배달앱으로 불러들이는 일이다. 그러나 소비자도 음식점도 공공배달앱을 찾지 않는다. 배달원이 있어야 하는데 공공배달앱이 배달원들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가? 똑같은 배달을 해도 쿠팡이츠는 배달비로 5000원, 1만원을 준다. 공공배달앱이 가맹점주의 부담없이 배달비를 그렇게 지급할 수 있다고 보는가?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요기요를 통해 치킨을 주문하면 1만원을 할인해 준다. 소비자들에게 착한 소비를 강요할 수 있는가? 소비자도 배달원도 없는데 음식점이 공공배달앱을 이용하겠는가? 공공배달앱이 시장에서 외면받지 않으려면 세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제로페이를 예로 들어보자. 카드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했다. 목적달성을 했는가? 영세 자영업자의 카드수수료 부담은 줄어들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영세자영업자에게 애초 카드수수료 부담은 존재하지 않았다. 조세특례법상 영세자영업자가 부담하는 카드수수료만큼의 세재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책당국은 존재하지도 않는 ‘영세자영업자의 카드수수료 부담’이라는 허상을 만들어 놓고 이를 악마화하면서 제로페이를 출범시켰다. 제로페이는 세금 축내기와 공무원 일자리 늘리기 말고는 해 놓은 일이 없다. 정책 당국은 시장에서 공정한 거래질서가 형성되도록 제도를 만들고 관리감독만 잘 하면 된다. 심판이 경기장에서 선수로 뛰겠다는 게 말이 되나? 또한 선수로 뛰어서 게임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런 능력이라면 심판 옷 벗고 현역선수로 뛰는 것이 맞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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