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장기화로 언택트거래가 증가하면서 택배물량 또한 급증하고 있다. 늘어난 물량과 함께 종사자들의 업무부담도 증가하면서 택배기사의 과로사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택배사와 택배대리점, 택배노조 등이 머리를 맞대고 택배 종사자의 과로사 예방과 택배산업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찾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 김종철 회장을 만나 택배산업 현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단체는 언제 설립됐나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은 협동조합 기본법에 의거, 2017년 설립됐다. 전국택배대리점의 권익 보호와 함께 정상적인 경영을 통한 택배사업의 발전 그리고, 국민 택배 서비스 향상에 기여함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저는 지난해 1월부터 협회장을 맡고 있다.
▲코로나19로 언텍트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택배기사의 과로사가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 연합회의 입장은
-유통업체와 전자상거래가 발전함에 따라 우리 택배산업 또한 성장했다. 특히 코로나19 시대에 들어서면서 물량 증가 속도와 양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외출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고 학생들도 학교 대신 집에서 비대면 학습을 하다 보니 집 안에서의 쇼핑 규모가 늘어났다. 가까운 슈퍼에서 파는 물건조차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입하는 인구가 많아졌다. 때문에 택배사들의 배송 물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배송 시간이 길어졌으며 택배기사들의 노동시간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과로사로 추정되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대다수 국민이 이를 안타까워 하듯 우리 대리점연합회와 전국 대리점 소장들도 똑같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래서 택배기사들이 요구하는 분류인력 투입에 대해 동의하고, 분류인력 투입에 드는 비용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택배기사들에게 전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많은 대리점이 분류인력을 직접 투입하고 일정부분 비용을 지급하는 것도, 택배기사들의 건강을 염려한 도의적 책임에 의한 것이다. 대리점연합회에서 마치 택배기사들을 노예처럼 부렸다는 식의 일부 노조원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혹시 그런 대리점 소장이 있다면 발견 즉시 계약해지 처분하고 있다. 택배대리점은 택배기사들과 상생하는 관계다.
▲택배기사의 과로사로 인해 사회적 합의기구가 마련되면서 두차례의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연합회는 이 합의에 대해 부정적 시각인데, 이유는 무엇인가
-사회적 합의기구는 택배 물량의 급증과 종사자의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망이 발생하면서 택배기사들을 보호하는 대책 마련을 위해 만들어진 기구다. 사회적 합의기구에서는 택배산업과 노동환경, 거래와 가격구조 개선 등을 의제로 광범위한 사회적 협의가 필요한 과제들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택배 산업과 관련한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참가 단체 대표들 모두가 종사자들의 과로사를 방지하는데 뜻을 모으고 있다. 우리도 대리점주들의 의견을 전달하고자 모든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회의 내용을 대리점주들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에 대해서는 일부 극소수의 것만을 제외하고는 전혀 반영이 안 되고 있다. 기본 틀이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된다는 느낌이다. 촉박한 일정을 문제삼아 과로사위원회(택배노조)측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을 위주로 진행되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이러한 사회적합의기구의 회의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져 ‘사회적 합의기구 운영상 문제점을 지적하는 입장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사회적 합의는 이해 관계자들이 서로 양보하고 소정의 합의 결과를 도출하는 기구인데, 과로사대책위는 본인들의 요구사항만을 관철시키기 위해 파업 등을 무기로 협박하며 일방적으로 이 회의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제대로 된 대안이 나올 수 없다.
▲택배분류원의 고용책임을 어느 쪽에서 지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는가
-CJ대한통운 전 박근희 대표이사는 지난해 10월22일 언론 즉, 국민 앞에서 택배 분류인력 4000명(비용 500억원 추산)에 대한 단계적 투입 의지와 방침을 밝혔다. 분류인력이 실제 투입된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인력 투입 주체와 비용 분담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리점들은 분류인력에 대한 인건비 70% 가량을 부담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 박 전 대표의 발표와 다르다. 과로사대책위에서도 분류인력에 대한 비용의 책임이 택배사에 있다고 주장한다. 비용을 대서 분류인력을 투입하겠다고 했으니 당연히 택배사의 책임이다. 지금이라도 택배사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또 다시 대리점에 전가할 경우 CJ대한통운이라는 대기업이 국민을 희롱한 것이 된다. 분류업무 인력이 필요한 곳은 서브터미널이다. 이곳은 CJ대한통운 본사가 총괄 관리 운영하는 곳이다. 당연히 시설 운영의 주체가 책임을 지고 분류인력을 투입하는 것이 맞다. 다만, CJ대한통운 본사에서 비용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것이 명문화 되면, 지역과 현장을 잘 아는 대리점에서 인력을 고용하는 일은 충분히 협조할 수 있다. 우선은 비용에 대한 책임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처음부터 이 부분을 주장했는데 관철되지 않았다. 원론으로 돌아가면 택배사업자는 해당 사업을 총괄 운영하고 그것으로부터 수익을 얻는다. 자신의 사업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산업재해 예방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택배대리점주의 대부분이 택배기사를 겸하고 있는데, 실상은 어떤가
-CJ대한통운 대리점은 전국에 2000여개소, 여기에 속한 택배기사는 2만여명에 달한다. 대리점당 평균 10명 정도의 택배기사가 있는데, 지역 특수성 등이 있기 때문에 획일적이진 않다. 대리점에서는 사무실 운영비와 여신, 전산직 직원 등의 비용을 지출한다. 택배기사들로부터 관리비조로 받는 돈만으로는 운영상 어려움이 많다. 때문에 많은 대리점주가 택배기사 활동을 겸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산재보험과 고용보험까지 적용돼 새로운 비용이 발생했다. 여기에 분류인력 비용까지 대야 한다면 아마도 대리점을 접을 점주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노조는 언론을 통해 대리점주들을 '악마화'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리점주 대부분이 택배기사들과 같은 처지다. 어느날 갑자기 돈방석에 앉은 졸부와 같은 취급하는데, 많은 점주가 억울해 하고 있다. 택배기사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은 때부터 묵묵히 자신의 일을 적게는 십수년 길게는 30년 가까이 하신 분들이 오늘날 대리점을 지키고 있다. 열심히 일해 대리점을 일군 것이 죄가 되는가?
▲택배현장에서 분류작업과 관련해 택배노조의 횡포가 심하다는데, 어느 정도인가
-지난 1월21일 ‘사회적 합의기구 1차 합의문’이 발표됐다. 이 회의에 참여한 모든 주체가 과로사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에 공감했다. 때문에 그 방안을 추진함에 있어 기본 원칙을 정한 것이다. 합의문 시행을 위해서는 당사자간 구속력 있는 계약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 일방적으로 파업과 태업 행태를 보였다. 아직 표준계약서가 마련되지 않았음에도 분류작업은 더 이상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며 일손을 아예 놓아버리는 노조원들이 있다. 설 명절 전에 이런 일들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져 한 때 가족과 같던 비노조원들과 대리점주들이 금전적, 신체적 피해를 입었다. 고객의 물건을 볼모로 잡는 행위는 우리 택배업에서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것과 같다. 연합회는 계속해서 토론하고 타협해 나가고 있다. 이 과정이 지난하고 고통이 수반될 지라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 협상하고 토론하는 것이 옳다. 아직 법적 구속력을 가진 그 어떤 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데 무조건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결정했다’는 식으로 밀고 나가버리면 택배산업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다.
▲사회적 합의안은 택배기사들이 일은 덜 하고 수입은 유지하는 방향인데, 우려 사항은
-택배기사들이 그간 해 온 분류작업에서 아예 손을 떼면 실제 근무시간이 많이 줄어든다. 그런데도 노조측에서는 택배기사들의 수입에 조금도 손해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일은 덜하고 돈은 많이 벌겠다는 생각은 누가 봐도 욕심이다. 더 큰 문제는 분류인력 투입을 대신해 택배기사들에게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경우인데,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들은 말 그대로 일 한 만큼 돈을 버는 것이다. 돈 준다고 하면 잠을 줄여서라도 일하겠다는 분들이 많다. 이는 결코 과로사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라 되려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물량은 계속 늘어만 가는데 과로사를 예방하기 위해 택배기사들의 노동을 시간으로 통제하게 되면 결국 무리가 뒤따르게 된다.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택배 사태'가 장기화로 가는데, 국민께 한말씀 드리면
-최근 택배 파업이다 뭐다 해서 국민께서 피로감을 느끼시고 계신 것 잘 안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사실 저희 택배업 종사자들은 국민 덕분에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누구보다 국민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보답은커녕 파업 같은 안 좋은 뉴스를 만들어 대단히 죄송한 마음이다. 그러나 지금의 이 혼란은 대한민국에서 택배산업의 대변화와 개혁을 위한 성장통이라고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다. 분류작업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는 과정이고, 이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택배업과 이해관계에 있는 곳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주장을 관철하려다 보니 불가피하게 국민을 불편하게 했다. 하지만 우리 대리점주들이 너무나 일방적으로 희생당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께서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모두가 열심히 일만 했던 사람들이다. 남들이 우리 일을 가리켜 ‘노가다’, ‘3D’, ‘잡일’ 이라고 비아냥댈 때 주저함 없이 묵묵하게 한 길을 걸어오신 분들이 대부분 지금의 대리점주들이다. 하루아침에 부자 된 대리점주 없고, 설사 부자이더라도 열심히 일한 댓가를 얻은 분들일 뿐이다. 마치 손가락 하나 까닥 하지 않고 돈 버는 사람들로 비춰지는데 대해 대리점주들이 많이 안타까워 한다. 지금도 현장에서는 많은 대리점주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택배기사에게서 받는 일정 수수료는 대리점 운영을 위해 쓰이고 있는데, 이마저도 착복이나 갈취처럼 호도되는 일이 있다. 결코 사실이 아니다. 균형잡힌 시각으로 대리점과 택배기사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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