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그룹의 ‘공동경영체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박문덕 회장의 두 아들인 태영?재홍 형제가 경영 요직으로 승진하면서 사실상 전문경영인과 공동경영체제를 구축했다. 향후 오너일가 단독 경영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될 것이라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박 사장이 일감몰아주기 사익편취 혐의로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단독 경영에 따른 비판여론은 피해가면서도 경영성과는 챙길 수 있는 묘수가 됐다는 일각의 평가가 나온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4년 박문덕 회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김 사장 체제로 유지돼왔지만 지난해 박 회장의 두 아들이 각각 사장과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체제에 변화가 생겼다. 법적으로 김인규 대표 체제에 변동은 없지만 박 사장이 영업과 마케팅 담당을 김 사장이 생산 및 관리총괄을 맡으며 사실상 공동경영 모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경영인의 전문지식과 오너일가의 과감한 의사결정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과도기적 성격이 강하다는 풀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본격적인 세대교체를 위한 과도기 체제로 보인다”며 “박 사장이 실질적인 경영에 참가하면서 법적인 문제가 마무리되면 공식적으로 자신의 체제를 구축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출발부터 상무로 입사해 30대 젊은 나이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탄탄대로를 달렸지만 일감몰아주기 편법승계 의혹에 휘말려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18년 하이트진로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맥주캔 제조·유통 과정에 박 사장이 최대주주인 서영이앤티를 거래 과정에 끼워 넣는 일명 '통행세' 방식 등으로 43억원 상당의 일감을 부당하게 몰아 준 혐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로 검찰에 고발했다.
재판 결과 박 사장은 지난해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박 부사장이 서영이앤티의 지분을 취득한 뒤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고도 유통 이득을 취득했다”며 “서영이앤티가 얻은 경제적 이득의 최종 수혜자일 뿐만 아니라 박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서영이앤티는 박 사장이 2007년 인수한 생맥주 기기 납품업체로 관계사인 하이스코트, 근대화유통, 삼진인베스트 등을 쪼개고 붙이는 과정을 거치면서 지주사 하이트홀딩스 2대 주주에 오른 곳이다. 박 사장이 최대주주인 한 비상장 회사가 일련의 과정을 통해 '국내 맥주 1위' 하이트진로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위치에 오른 셈이다.
박 사장은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이 전무하다. 이에따라 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꼽힌다. 서영이앤티가 박 사장이 물려받아야하는 박 회장의 지분을 인수해 하이트진로홀딩스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시나리오 등이 거론된다.
하이트진로의 한 관계자는 “현재 대표는 김인규 대표로 승진에 따른 특별한 변화는 없고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해 정해진 것도 없다”며 “(일감몰아주기) 재판 결과를 우리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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