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강조해온 ESG경영에 대한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쿠팡 사태로 미등기이사로 그룹을 좌우하는 재벌 총수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면서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역시 재조명되고 있는데다가 장남 박태영 사장에 이어 그마저 ‘친족 위장 계열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을 당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친환경 활동은 물론 각종 사회공헌 활동으로 ESG경영 실천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오너일가 부자가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고 ESG의 핵심인 G(governance, 지배구조)의 점수를 제대로 깎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2014년 하이트진로 대표이사에서 내려온 뒤 등기이사 상태로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그의 대표직 사임 이후 유지되던 전문경영인 체제가 최근 그의 두 아들 승진으로 공동경영체제로 바뀌었을 따름이다.
박 회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그는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 29.4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또한 홀딩스 2대주주이자 사실상 아들들의 회사인 서영이앤티의 지분도 14.69% 보유중이다. 하지만 미등기이사이기 때문에 기업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사고에 대한 법적인 책임에선 벗어나 있다. 이 때문에 '그림자 경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도덕성 물음표도 지속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2017년과 2018년에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친족이 지분 100%를 지닌 납품기업 5곳과 친족 7명을 고의로 누락한 혐의로 박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을 피하려고 친척이 운영하는 회사를 숨겼다는 의심이다. 그 대상에는 높은 내부거래율이나 다른 납품업체와는 다른 대우를 받는 회사 등이 포함됐다. 박 회장 고종사촌의 13살 손자가 최대주주인 곳도 있었다.
장남 박 사장이 일감 몰아주기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지 1년여만에 이번엔 아버지가 수사를 받게 된 셈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18년 하이트진로가 박 사장이 최대주주인 서영이앤티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박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1심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 사장은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이 전무한 상태로 서영이앤티는 그의 '기업 대물림'에서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의혹에 대해 하이트진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해당 계열사들은 동일인(박 회장)과 무관하고 독립경영을 하고 있으며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도 없다.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라며 "향후 검찰 조사에서 충실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비슷한 문제로 고발당한 회사들이 '직원 실수’라는 논리로 무혐의로 끝난 사건이 많다는 점에서 박 회장 역시 무혐의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이 일부 대상 회사의 미편입 사실을 보고 받고도 공정위로부터 지적을 받기 전까지 계속해 이들 회사를 누락한 지정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엔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 물론 실수든 아니든 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ESG경영을 외치는 곳은 많지만 국내 기업중에서 이중 G를 제대로 하는 곳은 드물다. 오너중심의 제왕적 기업문화가 강하기 떄문"이라며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는 미등기이사로 경영을 총괄하면서 ESG를 외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ESG든 책임경영의 실천이든 가장 기본이되는 것은 등기이사 등재에서 출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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