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역대급 실적에도 삼성전자 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다. 경제 정상화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호실적 효과가 상쇄된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과 기관의 꾸준한 매도세도 수급에 부담을 주고 있다. 믿었던 실적 마저 주가에 특별한 영향을 주지 못하면서 올해 삼성전자를 대거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다.
14일 오후 1시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500원(-0.63%) 내린 7만9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 초 9만원을 넘어서면서 ‘10만 전자’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으나 이후 조정이 나오면서 8만원대로 내려앉았다가 최근 7만원대로 내려갔다.
호실적도 큰 힘을 쓰지 못했다. 최근 발표된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12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37%, 매출은 63조원으로 18.94% 급증했다. 시장 전망치인 매출 61조원 초반대, 영업이익 10조원 후반대를 훌쩍 넘어선 수치로 역대급 실적 발표였지만 주가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향후 실적 불확실성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메모리 경기가 최고점을 찍었다'는 우려와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고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D램,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과 서버 물량 증가로 삼성전자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현재 녹록치 않은 증시 환경도 그 요인중 하나다. 현재 미국의 테이퍼링 회수와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거세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의 6월 CPI는 전월 대비 0.9%, 전년 동기 대비로는 5.4% 상승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인 '전월 대비 0.5% 상승, 전년 대비 5.0% 상승’도 웃도는 수치이자 2008년 8월(5.4%) 이후 최고치다. 그동안 미국 연준이 “인플레이션 상승 속도가 일시적”이라고 시장의 우려를 잠재워왔지만 경제 수치는 정 반대로 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도에 나서면서 수급 여건도 좋지 않다. 올해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매수하는 사이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12조153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해말 56%에 달했던 외국인 지분율도 현재 53%대로 떨어졌다. 외국인들은 역대급 2분기 실적이 나온 지난 7일에도 33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도 마찬가지다. 연기금은 1분기에만 삼성전자 주식을 5조3361억원어치나 파는 등 매도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에 베팅한 개인투자자들은 '대체 언제 주가가 올라가느냐'고 하소연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관련 각종 포털 게시판에는 이같은 내용의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매수한 삼성전자 금액은 23조원에 달한다. 사실상 삼성전자가 국민주 반열에 오른 상황에서 주가는 반대로 가면서 투자자들의 조바심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증시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우려로 급락하자 외국인과 기관은 팔고 개인은 매수로 대응해 수익을 올린 상황과 현재는 다르다"며 "올해 증시에 새로 투입된 60조원 가운데 40%가량이 개인들의 삼성전자 투자물량일 정도로 사실상 삼성전자가 국민주가 된 상황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 전환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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