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이후 전세품귀 현상과 전세값과 집값이 동시에 상승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제도를 폐지하거나 손질해야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의 경우 지난 1년간 평균 상승분이 지난 5년치 상승분을 넘어선 상태다. 정부가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도입한 임대차법의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27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3483만원으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작년 7월(4억9922만원)보다 1억3562만원 올랐다. 이는 직전 1년(2019년 7월∼2020년 7월) 동안 상승액 3568만원(4억6354만→4억9922만원) 대비 3.8배 높은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2016년 3월 4억원대에서 지난해 8월 5억원대로 오른 것과 비교하면 지난 1년간 상승속도가 무려 5배 가량 빠르다.
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도 작년 7월 3억3737만원이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이달 4억3382만원으로 1억원 가깝게(9645만원) 뛰었다. 직전 1년 동안 상승액이 2314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2배 높은 수준이다.
1년간 서울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도봉구로 상승률이 35.4%에 달했다. 그다음으로 동대문구(32.2%), 노원구(31.7%), 송파구(31.4%), 강북구(30.1%)가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관악구(29.6%), 금천구(29.2%), 서초구(29.2%), 용산구(29.1%), 성북구(28.6%) 등은 10위권에 올랐다.
오늘 31일 시행 1년을 맞는 새 임대차 3법이 전세값 폭등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 제도 시행이후 시장에서 전세 물량이 잠기고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움직임이 늘어났다. 이에따라 세입자들의 전월세 부담이 커지고 임대차 계약 갈등도 확산됐다. 목돈을 마련하기 힘든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 등은 당장 살 집을 찾이 못해 발을 동동굴렀으며. 전세 계약을 갱신한 경우라도 2년 뒤 전셋값 폭등을 걱정해야한다. 품귀 현상이 강해지면서 전세값이 급등하고 아예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집값 매수세도 더욱 강화됐다. 새로운 임대차법 도입 이후 전월세 계약 갱신율이 높아지고 임대차 기간이 늘어나는 등 임차인의 주거 안정이 제고됐다고 자평하고 있는 정부의 설명과 다른 현실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부작용이 커지면서 시장에선 임대차법을 폐지하거나 대대적으로 손질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권에서도 법 개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지난 1년의 경험에 비춰보면 건물주인 임대인이 부동산 신규 계약시 과도하게 임대료를 올리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개선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표의 발언은 임대료 상한 제한 규제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되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업계의 한 전문가들은 "새 임대차 법 도입으로 기존 주택에 2년 더 거주하게 된 세입자에게는 혜택이 돌아갔지만, 전국적으로 전셋값이 크게 오르는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며 "시장을 규제로 안정화시킬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전세 공급이 늘어날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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