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 전자'도 위태로워 보였던 삼성전자가 강반등에 나서면서 증권사들의 표정도 엇갈리고 있다. 다수의 증권사들이 반도체 업황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근거로 목표가 하향에 나선 가운데 KB증권 등 하반기 실적개선을 근거로 '매수'를 제시한 증권사들은 어깨가 으쓱해지고 있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며 삼성전자에 대해 매도 의견을 제시했던 모건스탠리는 불과 몇일 만에 '강력 추천' 대상에 삼성전자를 포함시켰다. 기관이 매수세를 강화하면서 수급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5일 오후 2시 이시각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대비 등락없이 7만5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0일 저점인 7만2500원 대비 5% 가량 오른 상황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초 9만6800원까지 오르며 '10만 전자'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8만원대 등락을 거듭하다가 최근 7만원대로 내려앉았다. 2분기 호실적도 주가에는 무용지물이었다. 급기야 이달 하락세가 깊어지면서 '6만 전자'로 회귀할 수 있다는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된 바 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투심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부터 D램 수요 감소, 비메모리 부진 등의 이유로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가를 내리는 증권사들이 줄을 이었다. 목표가를 그대로 유지한 증권사들도 하반기 이후 업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 11일 보고서에서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최고점에 다다르면서 수요를 넘어서고 있다”며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9만8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내렸다. 사실상 매도 의견이었다.
반면 일부 증권사들은 3분기 이후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며 '매수'를 제시했다. KB증권은 지난 4일 3분기부터 비메모리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면서 투자의견 ‘매수’(BUY)와 목표주가 10만5000원을 그대로 유지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분기 평균 매출 5조원 미만에 불과했던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부(시스템 LSI)는 3분기부터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률 전망과 더불어 분기 매출 저점이 5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실적개선 본격화가 기대된다”며 “비메모리 실적개선은 삼성전자 주가 상승의 촉매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메모리 부문 성장이 D램에 대한 불확실성을 넘어설 것이라는 판단이다.
아직까지는 반등 수준이지만 향후 삼성전자 주가가 본격적인 상승 추세로 전환될 경우 증권사별 명암을 더욱 또렷해질 전망이다.
주목되는 것은 앞서 사실상 매도 의견을 제시한 모건스탠리가 불과 몇일 만에 전혀 다른 보고서를 내놨다는 점이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지난 15일 보고서를 통해 기술주와 포스코 등 소재주에 대한 ‘강력 추천’ 의견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가 포함됐다.
외인 매도세와 개인의 순매수 대결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수급 변화도 주목된다. 기관은 이달 2일 이후 24일까지 7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순매수로 마감했다.
240조원대의 삼성그룹 투자계획도 주가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그룹은 오는 2023년까지 3년간 반도체·바이오 등 전략사업에 240조원을 새로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2018년 투자계획(180조원) 보다 60조원이 더 많은 금액으로 단일 기업 사상 최대 규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부를 포함한 주요 사업부문 경영진과 연이어 간담회를 하며 이번 투자·고용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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