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대학생을 나누어 A그룹은 신용카드를, B그룹은 현금을 준 뒤 음식점에서 주문을 하도록 시켰다. 식사 후 음식값을 비교한 결과 A그룹이 B그룹에 비해 약 20% 비싼 음식을 주문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신용카드가 소비자들의 충동구매에 끼친다는 연구 결과물이 한두건이 아니다. 특히 연구 대부분은 신용카드 회사의 약탈행위를 비난하는 이들에 의해 이뤄졌고, 그들은 신용카드가 소비자의 충동구매 심리를 자극해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같은 연구 결과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신용카드 회사를 보호하는 방패막으로 작용했다. 카드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소상공인들의 비판이 제기될 때면 항상 카드 회사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신용카드덕에 매출이 20% 증가하지 않았느냐"며 항변한다. 심지어는 금융당국의 담당자들도 카드수수료 논란이 불거지면 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소상공인들이 신용카드 덕에 매출액이 상승한 것은 생각지도 않는다"고 지적한다.
굳이 연구결과를 보지 않더라도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속담처럼 신용카드(외상)가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자극해 매출을 상승시킨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카드회사는 수수료를 지불하는 가맹점으로부터 '불한당'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택시업계와 대리운전업계가 지난 28일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시장을 독점한 카카오가 수수료 횡포를 부리고 문어발식 사업영역 확장으로 생계가 끊길 위험에 처했다"며 "카카오가 신용카드처럼 시장을 확대시키지도 못하면서 우리에게 '빨대'만 꼽고 있다"고 비난한다. 카카오를 두고 ‘서민 경제의 고혈을 빨아먹는 좀비’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같은 플랫폼이라도 그나마 배달앱은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매출 확대에 기여라도 했다. 하지만 카카오가 침투한 미용실과 꽃배달 등 골목상권의 어떤 업종에서도 시장을 확대시켰다거나 소상공인의 매출 향상에 도움을 줬다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카카오는 오로지 소상공인들의 영역에 침투해 먹거리를 빼앗는 일 말고는 한 일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카카오측은 자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편의가 증대되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그만큼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축났다는 지적에는 묵묵부답이다.
플랫폼업체들은 플랫폼이라는 한정된 공간속에 소상공인들을 가둬두고 을과 을의 싸움을 붙여놓고 거기서 나오는 '꿀물'을 빨아먹거나 소상공인을 상대로 ‘쩐의전쟁’을 일으켜 시장을 독점 한 후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가는 '수금 본능'을 과시한다. 플랫폼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의 특성이 원래 그런 거 아니겠느냐”는 말로 일축한다.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이 오는 10월 5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소환된다. 김 의장에 대한 증인 신청 이유로는 문어발식 사업확장과 골목상권 위협, 독점적 시장구조에 따른 이용자 수수료 상승, 소비자 기만 등 너무 많아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카카오가 주창하는 ‘4차산업’과 ‘혁신’이라는 것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내서 자신의 배를 채우는 것이라면 굳이 우리 사회가 그 길을 가야 하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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