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은 물론 각종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정부의 물가 잡기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0여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게다가경유차 요소수 대란까지 벌어지면서 물류비용 인상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 이후 수요까지 급팽창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우리경제 회복의 암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L당 1802.2원을 기록했다. 7주 연속 상승세로 지난 2014년 9월 이후 7년여 만에 최고치다. 경유 평균 가격 역시 L당 1598.13원으로 역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12일부터 유류세가 20% 인하될 예정이지만 국제유가 오름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 문제다.
기름값 뿐만 아니라 거의 전부문에서 가격이 뛰고 있다. 달걀은 지난달에만 33.4%, 돼지고기는 12.2% 뛰었다. 이에따라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2% 올라 근 10년 만에 첫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가공식품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전년대비 3.1% 오른 109.89로 2014년 11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라면 가격이 1년 새 11.0% 올라 2009년 2월 이후 12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여기에 요소수 대란 사태로 물류비 인상까지 우려되고 있다. 그동안 요소수 수입을 전량 의존해온 중국이 수출을 잠그면서 비상이 걸린 상태로 정부가 호주에서 요소수 2만ℓ를 긴급 공수하는 등 요소수 확보 총력전에 나선 상태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지 않으면 요소수발 물류대란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요소 비료를 쓰는 농업 분야 등도 문제다.
그동안 정부와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이 포스트 코로나 경기 회복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입장이 강했지만 물가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지면서 그 기조 역시 바뀌는 모양새다. 이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지난 8월 한은이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긴축정책에 돌입, 인플레이션 우려가 일부 잦아들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물가가 이같은 우려를 높이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물가 상승세가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 차질과 수요 확대, 과잉 유동성의 영향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한국 자체적인 금리인상만으로 해결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고른 분석이다. 실제 미국의 지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8년 이후 최고치인 5.4%를 기록했고, 유로존 10월 소비자물가는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4.1%까지 올라갔다. 통화정책만으로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해소하는데 한계가 큰 셈이다.
증시의 한 전문가는 "코로나 이후 경색된 글로벌 공급망이 제대로 풀리기전에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가 더해지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현재의 물가 환경을 만들고 있다"며 "미국의 금리인상과 그에 따른 달러 가치 변동 등이 나타날 때까지 현재 물가와 인플레이션 우려는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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