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연 1%에서 1.25%로 0.25%p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0.5%까지 떨어졌던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과 11월에 이어 이번에 인상을 단행함으로써 종전의 1.25% 수준으로 회귀했다.
세 번에 걸친 금리인상의 배경은 먼저 예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5%를 기록해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2.0%를 훌쩍 넘어섰다. 다음으로는 금융 안정에 있다. 한은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1년 3분기 GDP 대비 민간신용(가계 부채+기업 부채)의 비율은 219.9%에 달해 금융 불안정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한은이 세 번째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했을 때 시장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했다. 두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할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가 1월에 한 번 더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시그널에 시장이 미리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세 차례에 걸친 금리 인상으로 당분간 추가적인 조치는 없겠다는 안도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시선은 미국으로 돌려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운데 그 시기와 횟수에 관심이 모아진다. 먼저 시기에 대해서는 애초 3월에 금리를 인상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했으나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시기가 6월로 늦춰질 수도 있다고 봤다. 하지만 결국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목을 잡았다. 시장은 이제 연준이 3월에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을 사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여기에 더해 연준도 보다 빠른(sooner or at a faster pace)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어 3월 인상설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문제는 인상의 횟수다. 연준이 금리 경로의 전망을 나타내는데 사용하는 점도표(Dot Plot)를 보면 FOMC 위원 18명 중에서 10명이 내년에 3회 인상을 예상했다. 그리고 2023년 세 차례, 2024년 두 차례 등 향후 3년간 8번의 금리 인상하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자 민간 부문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올해 연준이 모두 네 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연준이 3월, 6월, 9월, 12월에 각각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 말하고 있다. JP모건의 CEO인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도 올해 연준이 6~7 차례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7일~8일에 열린 ‘2022 미국경제학회(AEA)’에 참석한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인플레이션 상황을 상당히 심각한 국면으로 진단하면서, 시장 예상보다 더 빠르고 강도 높게 돈줄을 조여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조셉 가뇽(Joseph E. Gagnon)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은 연내 연 2% 정도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경우 올해 금리 인상 횟수는 7~8회에 달한다. 연준이 예상하고 있는 3회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제 시장의 시각은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연준이 애초 설정한 계획보다 시기적으로 더 빠르고 인상 폭도 더 크게 진행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는 듯하다. 미국에서 금리 인상의 폭과 횟수는 자국 내 인플레이션과 고용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7~8회 인상되고 금리 수준이 연 2%에 육박하게 된다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아 우려가 된다.
특히 미국의 금리 수준에 맞춰 한국은행이 또다시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도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세 차례에 걸친 금리 인상으로 당분간은 인상 요인이 없을 것이라며 안정을 찾아가는 우리 시장에 잠재적 불안 요소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연준의 동향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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