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폭이 6주 연속 둔화되고 전셋값도 2년5개월여 만에 상승세를 멈췄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와 금리인상 등으로 매수세가 실종되고 전셋값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현재 여야 대선후보들이 세금을 완화해주는 공약을 제시하면서 3월 대선 이후 새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따라 시장 심리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1% 상승했다. 지난주(0.02%) 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6주 연속 상승폭 감소다. 전체 25개 구 가운데 4개구의 아파트값이 하락했고, 보합 지역은 8개구로 늘었다. 특히 성북(-0.02%)·노원(-0.02%)·은평구(-0.02%)는 지난주보다 하락폭이 확대됐고, 금천구(-0.01%)는 2주 연속 0.01% 떨어졌다. 재건축과 리모델링 호재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용산구도 지난주 0.05%에서 금주 0.03%로 오름폭이 줄었고, 강남 3구도 지난주보다 상승폭이 둔화됐다.
경기도도 지난주 0.02%에서 이번주 0.01%로 오름폭이 감소됐다. 안양과 군포시의 아파트값이 이번주 각각 0.01%, 0.03% 떨어지며 하락 전환됐고 수원시도 2019년 7월1일(-0.03%) 이후 26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0.02% 떨어졌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와 금리인상 등으로 거래 절벽이 심화된 상황에서 3월 대선까지 다가오면서 관망세가 팽배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급매물만 간간히 거래가 되면서 아파트값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이른바 '영끌'로 집값을 끌어올렸던 3040의 매수세가 대폭 위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재웅 서울시의원이 씨에스넷에 의뢰해 지난달 1∼3일 서울 거주 성인 남녀 900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5.9%가 현재 서울시 집값에 거품이 있다고 인식했다. '지나치게 올라 거품이 많다'는 응답이 74.1%, '어느 정도 거품이 있다'는 응답이 21.8%였다. '적당한 가격이다'와 '가격이 낮은 편이다'라는 응답은 각각 2.8%, 1.3%에 불과했다. 다만 절반 이상은 올해 집값이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공급물량이 줄면서 뛰어오른 전세값도 주춤거리고 있다. 지난주 서울 전셋값은 0.02%에서 이번주 0.01%로 오름폭이 축소됐다.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01% 상승에서 이번주는 보합 전환됐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을 멈춘 것은 2019년 8월 5일(-0.01%) 이후 2년5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인천 아파트 전셋값이 이번주 0.03% 떨어지며 2019년 8월19일(-0.04%) 이후 처음 하락 전환됐다.
반면 월세 거래는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월세가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량은 지난 16일까지 신고된 건수를 기준으로 총 6만8736건이다. 이는 2011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다. 임대차 계약은 전세·월세·준월세·준전세로 분류된다. 이중 전세를 제외한 월세 증가가 전체 거래량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18년 4만8000건대였던 월세 거래량은 2019년 5만건, 2020년 6만건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또다시 최다치를 경신했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셋값 급등에 전세대출 규제 강화까지 더해지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고 종부세,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 증가로 전세물건을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들도 늘고 있다"며 "아파트값 역시 DSR 강화 등 대출규제의 여파가 큰 모습이고, 여기에 3월 대선을 앞두고 좀 더 지켜보자는 관망심리가 팽배해지면서 거래가 실종되면서 시세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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