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현지 시간으로 지난 25-26일에 열렸다. 내용은 시장의 예상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가진 파월 의장은 이번에 기준 금리를 동결하지만 ‘목표를 훨씬 웃도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조만간(soon) 금리를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의 폭과 횟수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답변을 이어갔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직전까지 상승하던 주가는 다우를 시작으로 S&P와 나스닥이 차례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발표 내용은 시장의 예상에 부합했지만, 행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파월 의장이 ‘매파’ 성향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상황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완만한 속도의 긴축 정책으로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파월이 발표한 성명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금리 인상과 관련해서는 그는 조만간 금리를 올리는 것을 지지하면서, 3월 금리 인상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둘째, 금리를 한번에 0.5%p 올릴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현재 경기 확장기라는 점을 강조해 0.5%p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셋째, 올해 열리는 FOMC 회의 때마다 매번 금리를 인상(실질적으로 연 7-8회)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인플레이션이 위험하다는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여지를 두고 있다.
그런데 이번 FOMC에서 시장이 가장 주목한 부분은 대차대조표의 축소 여부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대차대조표 축소는 금리 인상을 시작한 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이 3월에 단행된다고 가정하면 3~4개월이 지난 7월에 시작될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상황에 비추어볼 때 7월보다 더 빠른 시점이 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FOMC 회의 직후 월가의 주가가 하락 추세로 돌아선 이유가 바로 대차대조표 축소가 공식화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대차대조표의 축소는 연준이 보유한 자산을 축소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만기가 돌아온 채권에 재투자하지 않고 이를 팔아서 시중의 유동성을 거두어들이는 양적긴축으로 테이퍼링과 비교된다. 테이퍼링은 양적완화(QE, Quantative Easing)의 마지막 단계로 시중에 돈을 공급하되 공급량을 줄여나가는 것이고, 대차대조표 축소는 양적긴축(QT, Quantative Tightening) 단계로 시중의 돈을 흡수하는 것으로 정리된다. 따라서 대차대조표 축소가 테이퍼링보다 금융시중에 주는 충격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 연준의 금융정책은 ▲양적완화 ▲양적완화 축소 ▲금리 인상 ▲양적긴축의 수순으로 전개되고 있다. 먼저 양적완화 기간 동안 미 연준은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공급했다. 2020년 3월 이후 연준의 자산은 약 2배가량 증가해 8조 8000억 달러에 달한다. 다음은 데이퍼링 단계로 지난해 11월부터 매달 1200억 달러씩 매입하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매입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올 3월에는 완전히 마무리할 예정이다.
테이퍼링이 종료되는 3월을 기점으로 양적완화는 종식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1월 FOMC 회의 직후 가진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확인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대차대대조표 축소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지만, 2017년 단행된 양적긴축 상황보다는 더 빠르게 갈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즉 시중에 뿌려진 돈을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흡수해 나가겠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상과 같은 양적완화와 긴축의 수순은 적절해 보인다. 그럼에도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것은 것은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서 볼 수 있듯이 금리인상과 양적긴축이 강도 높게 단행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연준이 오는 3월에 금리를 0.5%p 인상한 후 6월까지 총 세 차례 금리 인상하고 7월부터는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을 시작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1조 5000억 달러의 대차대조표 축소는 약 0.75%p의 금리 인상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경우 연준이 의도하는 금리 인상의 횟수에 약 세 차례의 금리 인상이 더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시장이 동요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당장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우선 과제이겠지만, 세계 금융 시장의 중심이라는 지위를 감안하면 급격하게 돈줄을 죄는 조치는 시장에 충격이 너무 크다. 특히 코로나19의 충격을 아직까지 완전하게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후진국 등 글로벌 경제 상황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양적긴축이 필요한 상황을 받아들여도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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