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입 무역수지가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작년 12월 4억5000만 달러 적자를 낸데 이어 지난달에는 무려 48억9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우리 무역 역사상 최대치로 종전 최대치인 2008년 1월 40억4000만 달러를 뛰어 넘는 액수다. 두 달 연속 무역수지 적자도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에 대해 산업부는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가격의 급등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증가한 것이 주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산업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2년 1월 수출입 동향’ 자료에 따르면 1월 원유·가스·석탄의 수입 금액은 159.5억달러로, 작년 1월 수입액(68.9억달러) 대비 90.6억달러 증가했는데, 이는 1월 적자폭인 –48.9억 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규모라 밝히고 있다. 또한 산업부는 수출 호조에 따른 중간재 수입의 확대와 공급망 안정을 위한 재고 확보에 따른 수입 급등이 대규모 적자의 원인이라 말하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고는 있지만 긍정적인 측면은 존재한다. 적자를 기록한 12월과 1월의 월별 수출액 또한 최고치를 달성하는 등 수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4.5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 12월 수출은 607.4억 달러로 전년대비 18.3% 성장과 함께 월별 수출 역대 최고치를 1개월 만에 경신했다. 그리고 1월에도 48.9억 달러의 대규모 적자를 냈지만 역대 1월 중 처음으로 500억 달러를 넘어서는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최근의 적자는 수출 증가세에 비해 수입 증가율이 상대적인 강세를 보이면서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진단하고 있다. 특히 2021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기록했던 무역수지 적자와 비교하면서 차이점을 강조하고 있다. 2012년과 2020년 당시에는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하는 가운데 적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수출의 장기 둔화 가능성이 있었지만, 지금은 수출과 수입이 모두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과거의 사례와 펀더멘탈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수출 증가세가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부의 주장에 일부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 1월 수출입 동향을 들여다보면 3대 에너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적자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최근의 원자재 가격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요인이 계속될 경우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어 현재의 수출 증가세를 믿고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미 연준이 오는 3월 테이퍼링 마무리와 함께 양적긴축을 예고하고 있어 지난해 5.7%의 성장세를 이어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IMF도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을 5.2%에서 4.0%로 대폭 하향 조정한 바 있다.
2022년 중국 경제의 어려움은 미국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미·중 갈등 등 국제적 고립에 대응하기 위해 자립경제를 기반으로 국내(내수)와 국제(수출) 부문이 상호 촉진하는 쌍순환(?循?)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핵심축인 내수 둔화가 뚜렷해지면서 경기 부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IMF는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을 중국 정부가 성장률 방어의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5.0%에 미치는 못하는 4.8%로 내놓고 있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고 미국은 핵심 교역국이다. 우리 수출에서 중국과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달한다. 2021년 기준 중국과 미국으로 향하는 수출은 각각 25.3%, 14.9%를 기록했다. 중국과 미국 경제의 둔화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더불어 새로운 걱정거리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무역수지의 적자 원인이 에너지를 포함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있다면, 미·중 경제의 둔화는 향후 적자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원자재의 높은 해외 의존도와 수출 시장의 지역 편중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무역수지 적자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있어 해외 시장 상황은 우리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따라서 무역수지 적자에 대해 산업부가 ‘일시적인 현상’이라 견해를 밝히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적자의 원인에 대해 좀 더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테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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