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제철소’라는 오명이 더욱 또렷해진 현대제철이 중대재해처벌법 개재정의 단초가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중대재해법 강화를 촉구하는 노동계와 완화나 폐지를 요구하는 경영계의 입장이 팽팽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입건된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의 수사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에 무게중심이 실리면서 재개정 논의에 탄력이 더해질 가능성 때문이다. 일단 국민여론은 이번만큼은 반드시 엄정한 처벌로 일벌백계해야한다는 분위기가 강한 모습이다.
2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예상공장과 당진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로 수사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공장 내 금속을 녹이는 대형 용기에 빠져 숨졌으며, 지난 5일에는 충남 예산군 현대제철 예산공장에서 2차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철골구조물에 깔려 숨졌다. 이에따라 노동부는 당진공장 고로사업본부 안전보건 총괄 책임자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는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지난 1월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막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안 대표가 실제 처벌을 받을 지는 미지수다. 중대재해법에서 정하고 있는 경영 책임자에 대한 모호성 때문이다. 실제 2조 9항에 따르면 경영 책임자는 구체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명시됐다. 후자라면 안 대표가 아닌 최고안전보건담당자인 박종성 부사장이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아예 둘다 처벌될 수도 있다.
반대로 아예 처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현대제철은 사고가 발생한 공장의 건물과 토지, 설비 등 모든 시설의 유지 관리를 심원개발에 위탁 운영하고 있다는 이유로 안전관리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기 떄문이다. 설비와 공장은 현대제철이, 생산 기술은 위탁생산업체인 심원개발이 가지고 있는데 예산 공장 설비 운영 권한과 그에 따른 노동자 안전 책임을 심원개발이 진다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안 대표나 현대제철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번 사건이 중대재해법의 처벌 대상을 보다 분명하게 가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철강업계 뿐 만 아니라 재계 전체의 이목이 현대제철로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어떤 결론이 나도 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경영계는 '중대재해법 완화'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차기 정부의 1순위 과제로 꼽을 정도로 경영 책임자 처벌 완화 등 법 재개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경제단체 간단회에서도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경영자를 직접 처벌하는 것은 재해 감소를 위한 근본적 해법이 아니다"면서 처벌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춘 내용으로 보완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에선 오히려 확대적용을 촉구하고 있다. 노동계는 법의 적용 범위를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넓히고, 중대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인과관계 추정 원칙을 도입해 실효성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일어난 사고중 상당수는 비용 절감이나 안전불감증에서 이뤄진 인재였지만 위험의 외주화로 근본 책임이 있는 원청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기업들이 매년 안전경영을 외치고 있지만 사고가 재발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이제는 더이상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서는 안된다. 법을 더욱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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