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정신 묻어나는 성균관스시

일본 유학파 출신 김성균 사장 손수 재료 사고 다듬어 손님에 내놔
신진호 기자 2022-04-20 16:00:10

우리나라에서 생선회하면 살아 있는 생선인 활어(活魚)를 잡아 즉석에서 먹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싱싱한 생선인 선어(鮮魚)를 숙성시켜 내놓는다. 활어회는 쫄깃한 식감이 좋다. 숙성회는 무르지만 숙성기간을 거쳐 감칠맛이 돋는다.

20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로에 위치한 성균관스시(?司·초밥)를 찾았을 때 솔직히 동네장사를 하는 가성비 좋은 스시집인줄 알았다. 하지만 회 한 점을 먹은 뒤 성균관스시가 평범한 스시집을 넘어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성균관스시 김성균 사장이 손님에게 내 놓을 7일간 숙성한 광어를 회칼로 썰고 있다. 

성균관스시 김성균 사장(37)은 자신의 이름을 따서 상호를 정했다. 성균관스시는 상권자체가 광화문 등 업무중심지구가 아닌 곳에 위치해 하이앤드(High End·최상상품)가 아닌 젊은이나 동네 주민들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캐주얼스시’를 표방하지만 식재료는 최상위를 고집한다. 일본 후코오카(福岡)에서 1년6개월간 요리 유학한 김 사장은 “아무리 동네 장사지만 제 이름을 걸고 하기에 허투루 할 수 없다”며 “식재료 구매에서부터 간장 만들기, 생선 손질과 절임 등 모든 것을 제가 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스시는 스시 오마카세(お任せ)를 표방하기에 광어와 참돔을 주재료로 하면서 제철 생선을 내놓는다. 오마카세는 ‘남에게 모두 맡긴다’는 뜻으로 ‘셰프 추천 요리’쯤 번역된다.

스시 코스는 계란찜에서 시작된다. 목이버섯에 트러플(Truffle·송로버섯) 오일을 넣고 만든 계란찜은 향긋한 트러플 향이 퍼지면서 식욕을 자극했다. 

스시가 제공되기 전 몇 가지 회(사시미)가 나왔다. 7일간 숙성한 광어는 아귀간을 곁들여 먹으니 감칠맛이 배가됐다. 보통 문어는 오래 삶으면 질기지만 제주돌문어조림은 10시간이나 조렸지만 질기지 않고 식감이 좋았다. 문어조림에 김 사장만의 비법이 있다고 한다. 조림을 먹고 난 뒤 오징어먹물로 물들인 날치알을 올린 밥을 조금 말아주는데, 불맛이 나면서 맛이 좋았다. 

성균관스시에서 제공되는 사시미(회)와 스시(초밥). 아귀간이 곁들여진 7일간 숙성한 광어와 숭어·점성어 등의 모듬회, 10시간 조린 제주돌문어조림, 감태로 감싼 대하 스시(왼쪽부터). 

스시는 10개가 제공되는데 숭어와 참치, 점성어 등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다. 특히 유자와 고추를 갈아서 만든 유자페이스트(Paste) 삼치는 새콤달콤했다. 고등어 스시도 식초에 절여 비린 맛이 나지 않았다. 감태로 감싼 대하 스시는 신선해 단맛이 느껴질 정도였다. 

스시를 먹고 나면 우동이 나온다. 김 사장이 직접 우려낸 우동 육수는 깊은 맛이 났다. 디저트로 제공된 아이스 홍시 또한 김 사장이 직접 만든 것이라고 한다. 

성균관스시는 무척 깔끔하다. 주방은 깨끗이 정돈되어 있고, 김 사장은 생선을 자르고 손님에게 내 놓을 때는 항상 장갑을 끼고, 요리하다 다른 물건을 집거나 만질 때는 꼭 키친 타올을 이용한다. 김 사장은 “요리집의 기본은 청결”이라며 “최고의 음식을 제공한다면서 위생관념이 철저하지 않고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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