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끝없이 곤두박질 치면서 '서학개미'들이 울상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의 금리인상 효과에 대한 시장의 물음표가 커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전문가들은 아직 바닥을 가늠키 어려운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653.67포인트(1.99%) 떨어진 32,245.7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132.10포인트(3.20%) 급락한 3,991.24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나스닥은 521.41포인트(4.29%) 폭락한 11,623.25에 마감하면서 낙폭이 더 컸다. S&P500과 다우 지수는 지난해 3월 이후 최저치이고, 나스닥 지수는 2020년 11월 10일 이후 가장 낮은 종가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인플레인션 심화 등으로 경제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연준의 긴축정책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투심을 냉각시켰다. 앞서 파월 의장이 자이언트스텝(한번에 0.75% 이상 금리인상)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시장에선 지금같은 금리인상 속도로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는 11일 발표 예정인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대한 시장 전망도 부정적이다.
특히 기술주들의 타격이 컸다. 이날 아마존은 5.2%, 넷플릭스는 4.4%,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플랫폼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나란히 3.7%, 애플은 3.3% 각각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쿠팡도 22.3% 폭락했다.
미국 비텍크 주식을 대거 사들였던 서학개미들도 떨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집계한 해외주식 보관금액 상위 5개 종목은 테슬라, 애플, 엔비디아,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으로 이들은 모두 올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역시 최근 급락장에서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 카카오, sk하이닉스, 네이버 등 기술주에 집중되고 있다. 개인들이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사들인 삼성전자 주식만 5146억원에 달한다. 개인들은 이번 급락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한 셈이다.
문제는 최근 급락에도 조정 장세가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는 점이다. 특히 다수의 기술적 분석가들은 S&P500지수를 비롯한 미국 증시 지수들이 50일 이동평균선, 200일 이동평균선 등 장기 이평선 아래로 내려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따라 추가하락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주가가 하락으로 손절물량이 늘어나면서 주가가 더 내려가는 '패닉셀'이 나타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수가 어디까지 떨어질 지 가늠하기는 힘들지만 주요 지지구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기술적 분석가들은 지수가 1만 포인트를 뚫고 올라와 등락을 거듭했던 1만~1만1000포인트 구간의 지지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당분간 기술주에 대한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증시의 한 전문가는 "코로나 이후 유동성장세의 최대 수혜 종목은 기술주, 성장주였다. 하지만 이제는 국내외에서 유동성을 회수하는 긴축정책이 본격화된 만큼 타격이 불가피하다"라며 "단순히 주가가 급락했다고 매수를 하기에는 아직까지 상당히 부담스러운 구간으로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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