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세계 1위의 전기차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지난해 중국의 전기차 생산은 약 330만대로 전년 대비 160%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한 도시 봉쇄로 다소 주춤하지만 40%대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이지만 해외 수입은 미미하다. 테슬라가 2017년 현지 생산을 결정한 이후 중국으로 전기차를 수출하는 글로벌 생산업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국과 교역규모가 가장 큰 한·미·일 3국의 경우 미국만 지난해 약 12만 달러의 전기차를 중국에 판매했을 뿐, 우리나라와 일본 업체의 대(對)중국 전기차 수출은 전무한 실정이다. 중국의 전기차 시장이 갈수록 그들만의 리그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2021년 중국의 신에너지차(전기차, 연료전지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판매량 10대 기업 중에서 테슬라(2위)를 제외한 9개사는 중국 토종 기업이 차지했다. 1위 BYD와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인 상하이자동차를 비롯해 Xpeng, NIO, Leading Ideal 등 신흥기업들도 10위권에 포함됐다. 올 1~4월까지 순위도 테슬라가 2위에서 3위로 떨어졌지만 선전했고 나머지는 FAW, BYD, 체리 등 모두 중국 업체다. 이 기간 중국 시장에서 BYD의 전기차 판매량은 39만대로 테슬라의 3배에 달하는 등 중국 업체가 압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2021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660만대로 2019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났다. 그 중 절반가량인 333만대가 중국 시장에서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사별로 봐도 글로벌 Top20 중에서 중국 업체가 12개로 가장 많다. 하지만 테슬라(1위), 폭스바겐(3위), 현대차(6위), BMW(11위)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도 순위권에 들어있다. 그런데 테슬라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중국의 전기차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에 밀려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 진입이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에서 외국산 전기차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중국산 전기차의 품질 향상이다. 과거 내연기관차의 경우 수많은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어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비해 중국산 자동차의 품질 향상은 더디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전기차는 모터를 중심으로 한 구동 기술이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품질 따라 잡기가 가능했다. 또한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기술을 초기 단계에서 확보한 것이 경쟁에서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스포트웨어 측면에서 우위 확보다. 전기차로 갈수록 자동차를 이동수단보다는 스마트 기능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한데, 중국 전기차의 경우 자국의 IT 기술과 앱이 적용되어 있어 평소 사용하는 휴대폰 등의 기능과 연결해 사용하기가 편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전기차 소비자들은 테슬라를 제외한 다른 외국산 전기차에 대해서는 ‘스마트 카’로서의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연기관차에서 따라 잡지 못했던 중국차가 전기차 시장으로 넘어오면서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산 전기차가 자국 시장 독점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데 있다. 내수에서 경쟁력을 키워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유럽으로 향하는 물량은 크게 느는 추세다.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이 수출하는 전기차의 약 60%는 벨기에,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1년 1~11월 수출량은 전년 대비 19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수입액 기준으로 중국산 전기차는 미국, 독일 다음으로 세 번째로 많다. 반면 우리는 중국에 단 한 대의 전기차도 팔지 못했다.
갈수록 커지는 전기차 시장이 시작부터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우려스럽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독차지하고, 나머지 절반 중에서도 2/3 이상을 잠식하겠다는 욕심은 중국 자신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독점의 폐해는 갈등의 심화와 기술적 퇴보를 초래할 뿐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향후 전기차 시장이 순조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자국 시장을 과감하게 개방해 자유롭게 경쟁하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도 중국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IT 기술을 접목해 시장에 안착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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