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빚투’에 나섰다가 결제대금을 갚지 못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증시 급락에 '빚투' 증가가 맞물린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들은 주식 신용거래에 시중은행 보다 아주 높은 금리를 책정하면서 쏠쏠한 이자수익을 올리고 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6일까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규모는 하루 평균 16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 같은 기간(79억원) 대비 2배나 불어난 규모다.
개인투자자들은 미수거래를 통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살 수 있다. 주가가 오르면 외상으로 매수한 만큼 더 많은 수익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그만큼 더 큰 손실을 보게 된다. 만약 투자자가 주식 결제 대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증권사는 주식을 강제로 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즉 반대매매에 들어가게 된다.
코로나 이후 증시가 달궈지면서 이같은 '빚투'는 급증했다. 지난 2020년 중반까지 10조원 수준이었던 신용융자잔고는 지난해 2월 20조원대로 불어난 뒤 이 규모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으며, 올해도 22원대를 중심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문제는 올해 미국 금리인상, 러시아 침공 등 각종 악재로 증시 낙폭이 더욱 깊어지면서 빚투 계좌가 이른 바 '깡통계좌'로 전락하거나 반대매매로 청산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자부담도 커지고 있다. 올해 한은은 기준금리를 1.25%에서 1.5%로 인상한데 이어 이달에도 1.50%에서 1.75%로 인상했다. 이에따라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살 때 적용되는 신용거래융자 이자율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이달만 보면 대신증권이 이자율을 0.50% 포인트, 메리츠증권 0.10% 포인트, 유안타증권 0.25%포인트 등으로 이자율을 올렸다. 신한금융투자와 DB금융투자, 메리츠증권 등은 다음달 이자율을 일부 인상할 예정이다. 기준금리는 앞으로 두세 차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빚투’ 투자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반면 증권사들은 톡톡한 이자수익을 누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의 1분기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은 369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3416억원)보다 8% 늘어났다. 눈길은 끄는 점은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지난해 1분기 말 22조2354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22조427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증권사들의 이자장사가 쏠쏠했다는 이야기다. 증시 거래량 감소로 수수료 수익이 뚝 떨어진 증권사 입장에서 개인들의 빚투가 효자가 된 셈이다.
더욱이 투자자들이 예치한 예탁금 이자는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다. 현재 증권사 평균 예탁금 이자는 0.5%이하로 빚투 이자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토스증권이 예탁금 이자를 1%로 올렸을 따름이다.
증시의 한 관계자는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기관과 외인의 매물을 개인투자자들이 받아온 상황에서 최근 증시 낙폭이 깊어지면서 빚으로 '물타기'를 하는 케이스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뚜렷한 증시 방향성이 없는 상황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빚투는 손실만 더욱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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