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금융 상담 직원은 아이가 코로나 걸려도 근무중 전화 못받나

가족 건강 문제 생겨도 제 때 연락 못받아…노조 "비인권적 차별행위"
회사 "민감한 정보 취급, 자발적 동의" 해명했지만 동종업계서도 "이해 어렵다"
2022-06-10 13:09:07
OK금융그룹이 고객 상담 센터 직원들에게만 핸드폰 사용을 제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인권적 차별행위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OK금융그룹지부가 국가인권기자회에 진정서를 접수하기전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OK금융그룹이 고객 상담 센터 직원들에게만 핸드폰 사용을 제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인권적 차별행위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OK금융은 개인정보 등 보안을 위해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비슷한 처지인 저축은행업계에서조차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현재 저축은행 업계에서 핸드폰 보관함 제도를 이용 중인 곳은 OK금융이 유일하다. OK금융그룹이 '가족 친화' 경영 등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의 직원 챙기기를 적극 홍보해온 상황에서 이번 논란으로 이미지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10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OK금융그룹지부에 따르면 OK금융은 고객 개인정보 유출 방지를 목적으로 지난 2017년부터 그룹 내 센터 고객 상담 직원들에게 '회사비밀유지 및 정보보안 서약서'를 제출 받고 지정한 사물함에 핸드폰을 보관하도록 했다. 이에따라 직원들은 출근과 동시에 자신의 핸드폰을 사물함에 넣어야하고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퇴근할 때까지 핸드폰 사용에 제약을 받았다. 다만 여기에서 센터장과 팀장은 제외됐다. 직원들이 이를 지키지 않으면 구두 경고를 받거나 문책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인해 센터 직원들은 병원 안내 전화를 받지 못해 가족 수술실 동행에 문제가 생기거나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등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가 코로나에 감염돼 학교에서 온 긴급 연락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과 통신비밀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는 것이 노조의 판단이다. 아주 명백한 차별행위라는 것이다. 실제 마찬가지로 고객 개인정보를 다루고 있는 다른 계열사의 대다수 직원은 근무시간 중 핸드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콜센터를 운영중인 다른 저축은행들중에서도 현재 핸드폰 소지를 금지하는 곳은 없다. 웰컴이 한때 비슷한 제도를 운영했다가 폐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핸드폰만 따로 보관한다고 개인 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 다른 저축은행들의 반응이다.

지난 2019일 1월 열린 '경영전략회의·전사워크숍'에서 올해 사업계획을 발표중인 최윤 OK금융그룹 회장<br>
지난 2019일 1월 '경영전략회의·전사워크숍'에서 사업계획을 발표중인 최윤 OK금융 회장

"핸드폰 사물함 보관은 고객정보유출 방지를 위한 조치이며 센터 직원의 자발적 동의에 따른 것"이라는 회사 측 해명도 논란이 되고 있다. 노조가 최근 그룹 계열사 내 센터 팀원 360명을 상대로 실시한 '근무시간 중 핸드폰 사용 제한ㆍ사물함 보관'에 관한 설문조사에선 직원 96.7%가 '반대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기 떄문이다. 갑을관계상 있을 수 있는 불이익이 두려워서 어쩔 수 없이 비자발적으로 핸드폰 수거에 동의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직원의 이의 제기를 금지한 '회사비밀 유지ㆍ정보보안 서약서' 역시 직원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이같은 상황을 더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전날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당시 이승현 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은 "OK금융그룹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한 고리에 해당하는 여성, 파견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핸드폰을 압수하고 단체행동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이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의 목소리를 묵살했다"며 "고객 정보 유출을 운운하면서 정작 자기 직원들을 대상으로는 인권 유린을 자행하는 것이 과연 우리 사회의 기준에 맞는 정상적 사업 행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인권위 결과가 나오는 대로 향후 대응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OK금융그룹의 한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고객 정보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현재 여러가지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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