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이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했다. 세계은행이 최근 발표한 ‘6월 경제 전망 보고서(Glabal Economic Prospects)’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2.9%에 그칠 것이라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 5.7%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1월 보고서에서 전망한 4.1% 대비 크게 하향 조정한 수치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내년에는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나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목표한 인플레이션(inflation targets)을 넘어서게 될 것”이라 전망한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할 경우 초기 스태그플레이션 상태가 반복되면서 일부 신흥 시장과 개발도상국에서 금융 위기와 함께 급격한 글로벌 경기 침체(a sharp global downturn)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물론 세계은행이 스태그플레이션 단계에 접어 들었다고 확신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과 비교해 유사점과 차이점을 서술하면서 현 상황의 엄중함을 알리고 있다. 유사점으로는 ▲글로벌 성장 약화 전망 ▲선진 주요국의 긴축적인 통화 정책의 장기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필요한 긴축 통화 정책에 취약한 신흥 시장과 개발도상국 등을 들고 있다. 반면 차이점으로는 ▲달러화 강세 지속 ▲1970년대에 비해 상대적 낮은 원자재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확고한 의지 등을 꼽고 있다.
데이비드 맬파스(David Malpass) 세계은행 총재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앞선 보고서 서문에서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치솟는 인플레이션, 이자율 상승으로 세계 경제는 향후 몇 년 동안 평균 이상의 인플레이션과 평균 이하의 성장률이 예상”된다면서, “이것이 바로 1970년대 이후 세계가 보지 못한 스태그플레이션 현상 (It’s a phenomenon—stagflation—that the world has not seen since the 1970s)”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세계은행 보고서 직후 나온 OECD의 전망도 비관적이기는 마찬가지다. OECD는 지난 8일 세계경제 전망(Economic Outlook)을 발표했는데 '경제 성장률 하향-물가 상승률 상승' 추세의 전망치로 조정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지난 전망 때보다 1.5% 하향한 3.0%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OECD 38개 회원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988년 9.8% 이후 최고치인 8.8%로 올려 잡았다. 세계은행과 OECD 등 국제기관들이 연이어 암울한 보고서를 내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 경제도 글로벌 경제와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어 이미 비상이 걸린 상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2022년 5월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경제 성장률은 종전 3.0%에서 2.7%로 낮추고, 물가 상승률은 종전 3.1%에서 4.0%로 상향 조정하는 전망치를 발표했다. 실제로 5월 물가 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5.4% 상승해 2008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2%대 경제 성장률-5%대 물가 상승률’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초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둘러싸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가능성 진단과 정책방향’ 세미나에서 한국 경제는 이미 전형적인 공급비용 상승 충격이 유발한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고물가 상황이 우려가 되지만 성장률 2%대는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글로벌 경제와 우리 경제 모두 낮은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최소한 내년까지 지속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역조 현상이 지속된다면 우려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각국이 금리인상 등 통화정책을 통한 물가 안정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식량과 에너지 가격 급등과 금융 긴축에 취약한 저소득 국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신흥시장 발 글로벌 경제 위기를 미연에 방지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낮춰가는 국제 공조 노력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