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삼성, 초일류 기업 유지할까

주력 메모리 사업 정체와 미래 먹거리 불확실성으로 위기??고조
목숨 건 투자와 기술 리더십으로 4차산업혁명시대 주도 기대?
2022-07-05 11:11:10

삼성이 지난 5월 미래 먹거리, 신성장 정보기술 분야에 향후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와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삼성의 대규모 투자 발표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그런데 이 투자를 대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라 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아무리 복합 경제위기라 하지만 국내 1위이고 세계 초일류 IT기업인 삼성이 이와 같은 발언을 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의 현재 상태와 미래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번에 발표한 450조원 규모의 투자 내역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삼성의 투자는 ▲주력 산업 지원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 ▲신성장 IT산업 발굴 등 크게 세 갈래로 진행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먼저 주력 산업 지원과 관련해서는 반도체 산업으로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부문에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특히 파운드리는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세계 1위가 되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번 투자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미래 먹거리 산업은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다. 바이오는 삼성이 반도체의 뒤를 이어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일치감치 점을 찍어 둔 상태다. 이 분야에서 삼성은 위탁개발 생산(CDMO) 능력을 세계 1위로 끌어 올리는 한편 바이오시밀러 사업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해 바이오산업을 통해 ‘제 2의 반도체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AI) 기술 지원 및 차세대 통신기술(6G)을 선점해 글로벌 표준화를 선도하는 등 신성장 IT산업에도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위의 세 가지 분야에서 삼성이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분야는 현재 주력인 반도체 관련 사업이다. 실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450조원 투자 발표 직후 유럽으로 날아가 네덜란드, 벨기에 등지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장비 수급을 직접 협의하고, 차세대 반도체 협력을 논의하는 등 반도체와 관련된 행보에 집중했다. 또한 유럽 출장 직후 그룹의 전자계열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기술 리더십’을 강조함으로써 반도체 사업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그런데 450조의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면서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라는 최고경영자의 절실한 발언은 다소 의외다. 왜냐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80조원과 영업이익 52조원을 기록한 초우량 기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부문은 부동의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IT기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일견 수긍이 가는 대목이 있다. 

삼성이 위기를 느끼게 된 이유는 주력 사업의 정체와 미래 먹거리 사업의 불확실성으로 정리된다. 먼저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는 시장점유율 43.5%로 세계 1등이지만 지속적인 수익 창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반도체와 쌍두마차인 휴대폰은 지난해 시장 점유율 21%로 지난 5년간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음으로 기대하는 미래 먹거리 사업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바이오 사업 분야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반도체만큼 임팩트가 없다. 그렇다고 인공지능과 같은 차세대 성장 산업은 미국과 중국이 멀찌감치 앞서 나가고 있어 추격하기에 상당히 부담이 된다. 더욱이 인공지능과 같은 분야는 삼성전자와 같이 하드웨어에 강한 기업이 잘한다는 보장이 없다. 

결국 삼성전자의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은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파운드리와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등 비메모리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메모리 반도체에서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가 시장 규모가 훨씬 큰 비메모리로 눈을 돌리면 삼성전자가 결코 1위 기업이 아니다.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분야는 애플, 퀄컴, AMD, 앤비디아 등 미국 IT기업들이 주도하고 있고, 파운드리는 대만 기업 TSMC가 세계 시장 점유율을 50% 이상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TSMC를 따라잡겠다는 삼성전자의 야심찬 계획과는 달리 현실은 그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때 이재용 부회장이 “목숨을 걸고 투자 한다”는 발언과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을 강조한 것은 잘나가는 현재에 사로잡혀 안주한다면 미래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나왔다고 판단된다. 1993년 고(故) 이건희 회장이 “처자식 빼고 모두 바꾸자”는 신경영을 선포한 후 삼성은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번에 이재용 부회장의 ‘목숨을 건 투자’와 ‘기술 리더십’을 계기로 삼성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는 기술 기업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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