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우려되는 대(對)중국 무역 적자

도시봉쇄 영향으로 28년째 흑자 멈추고 적자?
최상목 경제수석 ‘가벼운 입’ 교역에 악영향?
대체시장 개발과 함께 中특화상품 발굴해야
2022-07-25 12:14:51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 ‘6월 및 상반기 수출입 동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15.6% 증가한 3503억달러, 수입은 26.2% 늘어난 3606억달러로 무역 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상반기 교역액 전체는 전년 대비 20.7% 증가한 7110억 달러로 집계됐고 무역수지는 103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상반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고 상·하반기 통틀어도 1996년 하반기 125억5000만달러 적자 이후 두 번째 규모에 해당된다.

무역 흑자에 익숙한 우리 경제가 상반기에 적자를 기록하자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무역 적자의 원인이 수출 부진보다는 글로벌 물류 대란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라는 외부 요인이라는 사실은 다소 위안이 되는 부분이다. 사실 올해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8% 증가한 3504억달러를 달성해 선방했지만, 수입은 26.2% 늘어난 3606억달러로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원유와 가스, 석탄 등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해 대비 400억달러 이상 증가한 879억달러로 나타나 무역적자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산업부는 밝히고 있다.

비록 무역적자가 발생했지만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외부 요인에 의한 수입 증가는 이 부분의 리스크가 해소되면 나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무역 구조가 나빠졌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마냥 계속될 수 없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에너지 가격은 하방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한 무역 수지 적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상반기 수출입 동향을 보면서 한 가지 우려가 되는 점은 대(對)중국 무역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994년 이후 28년 연속 무역흑자를 기록했던 대중국 무역이 5월(-13.2억 달러)과 6월(-6.1억 달러) 연속 적자로 돌아섰다. 7월에 들어서도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일까지 이미 15억4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대중국 무역 적자가 3개월 연속 계속되고 적자폭도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대중국 무역 적자가 이어지는 원인은 단기적으로 보면 중국의 도시봉쇄의 영향으로 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4~5월에 걸쳐 국내 생산의 약 75%에 달하는 지역을 봉쇄했고. 이에 따라 2분기 GDP 성장률은 0.4%로 주저앉았다. 우리나라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품목의 대부분이 중간재임을 고려하면 중국 내 산업 생산이 멈추게 되면 우리 수출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행히 6월부터는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도시 봉쇄가 풀고 있어 대중국 무역적자 행진은 조만간 종식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보면 우리나라가 중국과 교역에서 과거와 같은 대규모 흑자를 시현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이 모든 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추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국 수출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반면, 우리보다 경쟁력이 앞서는 일부 제품의 수입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반도체 굴기’의 영향으로 중국으로부터 반도체 관련 제품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과 우리보다 앞서 나가는 전기자동차 등의 수입이 본격화 된다면 무역 역조 고착화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치권이 미국과 관계를 고려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하면서 양국 간 교역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최상목 경제수석이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라고 한 발언을 들 수 있다. 최 수석의 원래 의도는 중국이 내수 중심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어 과거와 같은 수출 호황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체 시장을 개발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이 모여 중국을 견제하는 나토회의에 가서 그런 발언을 함으로써 중국으로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중국과 교역에서 나타난 몇 달간의 무역적자는 단기적인 현상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지만 시사하는 바는 크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중국 수출과 최근 수입 급증으로 중국이 더 이상 우리의 최대 무역 흑자국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실 지난 몇 년간 지나치게 높은 중국 무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이번 기회에 중국을 대체 시장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내수 중심으로 재편되는 중국 시장에 맞는 특화 상품 발굴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테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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