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디지털 융·복합으로 인해 많은 산업이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다. 자동차 산업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사실 자동차 산업은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통해 축적된 기술 장벽이 높기 때문에 변화의 움직임이 더디게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이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자동차 산업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이제 자동차 산업은 그 어느 분야보다 더 깊고 광범위하게 재편되는 중심에 서있다.
그동안 굳건하게 버티던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게 된 계기는 정책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구 온난화로 각국이 탄소 중립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기존의 내연 기관으로는 규제의 눈높이를 맞추기 힘들게 되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고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디지털 혁명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자동차 산업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게 되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이제 더 이상 내연 기관 엔진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경쟁력 있는 전기차 생산과 자율 주행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자동차 산업에 접목되기 시작한 최신 ICT 기술들은 지난 100년간 축적된 기술과는 차원이 다른 성과물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글로벌 컨설팅 그룹인 맥킨지 앤 컴퍼니는 한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 산업을 변화시킬 4대 기술을 제시하고 있는데, ▲자율주행(Autonomy) ▲연결성(Connectivity) ▲전기화(Electrification) ▲공유 모빌리티(Sharing) 등 이른바 ACES로 요약된다. 자동차업체를 포함한 모빌리티 관련 기업들은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이들 4대 기술에 대한 투자를 갈수록 늘리고 있다.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과 초고속 통신망(5G)을 활용하는 ‘자율주행’은 전기차 생산업체인 테슬라와 글로벌 IT기업인 구글이 완전 자율 주행이 가능한 레벨4에 가장 근접하고 있다. 자율 주행 부문에서 후방주자에 해당하는 기존의 자동차업체들은 최근 들어 과감한 투자와 함께 관련 IT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추격을 고삐를 당기고 있다.
‘연결성’은 자율주행, 차량 공유 등을 원활하게 할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이동수단에서 ‘거대한 PC’ 혹은 ‘움직이는 거주 공간’으로서 역할을 한다. 특히 연결성은 자율 주행과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는데, 자율 주행 중 탑승자가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이동 중 업무를 처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전기화’는 글로벌 자동차업체가 내연 기관차에 투자하는 대신 미래형 자동차인 전기차 개발에 사활을 거는 것으로, 지난 100년간 이어진 자동차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새로운 흐름이다. 15년 전 테슬라가 처음 전기차 사업을 시작했을 때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현재 테슬라의 기업 가치는 메이저 자동차업체를 압도하고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한 자율주행, 연결성과 같은 새로운 기술들이 전기차를 전제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에서 전기화가 주류를 형성할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유 모빌리티’는 이미 우버를 통해 자동차 공유와 호출 서비스가 상당 부문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 소유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과 환경오염 발생 등의 비효율을 고려하면 공유 모빌리티가 더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자동차 생산업체들도 과거 개인의 수요에 맞춘 자동차 개발과 생산에서 앞으로는 공유 모빌리티에 적합한 자동차 생산으로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기술들은 향후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크게 바꾸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그동안 굳건했던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브랜드 서열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중저가 브랜드로 이미지가 굳은 현대차의 경우 전기차는 유럽시장에서 벤츠나 BMW와 같은 고가 브랜드를 넘어서고 있다. 또한 테슬라는 자율 주행 등 소프트웨어 부분에서 압도적인 강점을 보이면서 유럽의 고가 브랜드와 지향점이 다른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기차 시장이 열리면서 자동차 시장으로 진입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내연 기관차와 달리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는 생산 과정이 상대적으로 단순해 자동차 개발과 생산이 더 이상 자동차업계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실제로 전기차 전문 생산업체인 테슬라나 BYD는 기존의 자동차업체를 넘어서고 있다. 또한 애플, 소니, LG, 샤오미와 같은 IT업체들도 전기차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미래 자동차 시장을 두고 펼치는 기존의 자동차업체, 전기차 전문기업 그리고 글로벌 IT기업 간 경쟁에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인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앞서 언급한 4대 기술을 누가 더 빨리, 완벽하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승자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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