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회장님 저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LG전자와 저작권 분쟁 12년' 색동작가 이규환안젤리
구 회장 자택 인근서 천막 농성…시위금지 인용 이의신청
김두윤 기자 2022-10-19 13:05:49
LG전자와 12년째 디자인 저작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색동작가' 이규환안젤리씨가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 구광모 회장 자택 인근에서 천막 농성을 하며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있다.

"LG전자, 색동 저작권 도용 보상하라"

대한민국 국회, 청와대 앞에서 목이 터져라 외쳤다. 정권이 바뀌고 대통령 인수위 앞에서도 외쳤다. 그때마다 누군가 알아보겠다했지만 다시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그렇게 12년이 흘렀다. 작고 가냘픈 여인의 몸을 감싸주던 천막은 어느새 낡고 너덜해졌다. 오랜 세월 비바람과 한겨울 강추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여인이 자리만 비우면 누군가가 천막을 찢고 피켓을 부수고 치웠다. 여인의 외침은 더욱 커졌다. 다른 예술인들을 위해서라도 '대기업의 횡포'에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다.

색동작가는 LG 측이 자신을 '불법사찰'했다
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색동작가 제공

LG전자와 디자인 저작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색동 작가' 이규환안젤리씨의 이야기다. 이 작가가 지난 2008년 LG전자에 색동, 삼베 직조 문양을 응용한 시안을 보낸 뒤 '악몽'이 시작됐고 악몽은 지금도 끝나지 않고 있다. <아래 관련기사 참고>

이 작가는 지난 5월부터 용산구 한남더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남더힐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살고 있다. 자신의 억울함을 아랫사람들이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어 구 회장에게 사건의 진실을 직접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는 지난 2010년 추운 겨울 시위 현장에서 자신에게 직접 다가와 위로해준 구 회장이 진실을 알고서도 이렇게 방치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구회장은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이 그의 평가다.

이 작가는 한남더힐 앞으로 옮긴 후 'LG 측의 감시와 인권침해 2차 가해'가 더욱 심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작가는 "시위를 시작하고부터 24간 내내 정체 모를 사람들이 텐트 주위를 맴돌고 확성기만 들면 사진을 찍어대고 데시벨을 측정했다"며 "이 사람들 데시벨 측정기를 봤더니 40정도인 제 목소리가 75이상으로 찍혀있었다"고 말했다. 구 회장 출퇴근 시간 때만되면 112에 소란죄 등 허위신고가 접수되면서 경찰이 출동한 것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불법사찰'이라는 이 작가의 항의에 이들은 "그냥 있는 것"이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 작가가 파악한 결과 이들은 한남더힐 보안팀이나 주민이 아닌 경비보안 업체 P사의 소속 직원들이었다. 이 작가는 LG 측에서 고용한 업체로 보고 있다. 그는 "이 회사에 전화해 불법사찰이라 하니 오히려 제게 업무방해라며 불법사찰이면 경찰에 신고하라고 큰소리쳤다"고 말했다. 이후 명예훼손을 이유로 시위 금지 가처분 소송과 텐트 철거 계고장 등이 잇따랐다.

이 작가는 "정상적인 집회신고를 했고 텐트를 치는 것도 가능함에도 철거 계고장이 붙었고 이에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해도 철거 예고 통지가 나왔다"며 "공공용지 무단점유라고 해서 무단점유라는 관련 법조항을 찾아달라고 하면 묵묵부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정치범인가, 정말 이정도로 치사하고 더티할 줄 몰랐다"며 "하다못해 집회신고를 하러가니 신청서에 텐트라고 적지 말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앞에 부서진 이규환안젤리 작가의 확성기가 놓여 있다. 이 작가는 "시위 중에는 한 남자가 갑자기 다가와 팔목을 잡아 비틀고 확성기를 빼앗아 땅 바닥에 내던져 깨졌다"고 호소했다. 

무엇보다 이 작가를 화나게 하는 것은 'LG 측의 거짓말'이다. 이 작가는 "LG 측은 소송이 다 끝났고 주민들을 위해 합의하려고 했으나 100억을 요구해서 합의하지 못했다고 이를 근거로 명예훼손금지가처분신청을 허위로 했다"며 "디자인 도용 사건은 현재 재심이 진행중이고 나에게 합의를 시도한 적이 없는데도 거짓말로 나를 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남더힐 일부 주민들은 이 작가에게 응원의 편지를 보내고 있다.

이 작가는 절대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왜 명백한 피해자인 자신만 이렇게 억울하게 당해야하느냐는 반문이다. 그는 "시간이 모래처럼 손 안에서 흘러 내렸고 한 예술가의 10년 인생은 이렇게 망가졌다"며 "반드시 구 회장에게 진짜 진실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가에 응원을 보내는 주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 주민은 "시끄러워서 죄송해요"라는 작가의 사과에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고 되려 응원해주고, 어떤 주민은 손으로 쓴 격려 편지를 이 작가의 손에 꼭 쥐어주기도 했다. 이 작가는 "아침마다 학교에 가는 아이들이 손을 흔들어주는 것도 커다란 위안"이라며 "그럴때면 소설 '바보 힐링 이야기'의 영감을 준 조카의 어릴 적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18일 LG 측이 제기한 명예훼손금지 및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이 작가는 "명백한 허위사실에 채권자도 불분명한데도 가처분이 인용됐다"라며 "불법사찰은 법적효력이 없고 데시벨 측정도 경찰이 측정한 것만 법적효력이 있다. 사회공공이익 차원에서 알리는 것은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판례도 넘친다. 말도 안되고 이해할 수도 없어 이의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가와의 법적 분쟁에 대해 LG전자 측에 전화와 문자로 문의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후 LG전자는 "이 사안은 10년전 법원서 '저작권 침해없음' 판결이 내려진 것이며 이후 재심 재판부 기피 신청을 통해 의도적으로 소송을  지연시키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시위가처분 인용 결정도 내려졌다"고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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