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윤의 차트로 보는 경제> '임진왜란' 연상되는 한국경제

경기위기 시그널 넘치는데 민생 살리고 기업 지원할 '정치' 실종
김두윤 기자 2022-10-26 08:49:16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 현상이 심화되면서 경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부산신항 전경. HMM 제공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습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에 각종 경제 지표가 꼬꾸라지면서 국민과 기업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국가부도 위험 지표가 치솟고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경고음도 나옵니다. 그야말로 ‘비상'입니다. 그 어느때 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고 있지만 시장에선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쏟아집니다. 대비 못한 위기에 나라가 흔들리고 국민이 그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일이 더이상 반복돼선 안됩니다.

사진=한국은행

경제의 버팀목으로 통하는 경상수지는 날개가 꺽였습니다. 지난 8월엔 3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수출 부진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실제 무역수지는 지난 4월 이후 9월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과거 외환위기 이후 25년만에 처음입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은 324억 달러, 수입은 374억 달러로 이달에도 적자 가능성이 큽니다. 올해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치인 48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경제단체의 전망도 나옵니다.

환율이 최근 1400원을 넘어 1500원대를 넘보면서 2008년 금융위기때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그래픽=트레이딩뷰
환율이 최근 1400원을 넘어 1500원대를 넘보면서 2008년 금융위기때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그래픽=트레이딩뷰<br>
미국 DXY 달러 지수가 꾸준히 오르면서 2000년 닷컴 버블 때 수준에 다가서고 있다. 그래픽=트레이딩뷰

환율은 '미쳤다'는 말이 나옵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00원을 넘어 1500원대를 넘보면서 금융위기 시절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미 많이 올랐음에도 차트상 꾸준한 상승세로 상승각도를 높이고 있어 대체 어디까지 상승할 지 가늠키도 어렵습니다. 엔저와 원자재 급등으로 환율 특수 마저 사라진 기업들의 곡소리만 커지는 실정입니다. 일반 주식에선 이런 그림의 경우 장대양봉이 나오는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물론 환율은 주식과 다르고 예상치 못한 중국의 대만 침공 등 뜻밖의 악재가 나타나야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미국의 달러(DXY 지수) 역시 2000년 닷컴 버블 때 수준으로 치솟고 있습니다.

환율은 증시와 반비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원화 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증시는 약세로, 반대로 환율이 내리면 증시는 강세를 보이는 패턴이다. 환율은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픽=트레이딩뷰 코스피 차트

이런 상황에서 위기때 방어막이 될 수 있는 외환보유액 마저 뚝 떨어졌습니다. 지난달 외환보유액 감소폭(-196억6000만달러)은 2008년 10월 이후 13년 1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사라진 금액만 463억5000만 달러에 달합니다. 과거 외환위기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에대한 분명한 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금리인상 가속화로 부채 문제도 시한폭탄이 됐습니다. 한국은행의 ‘2022년 9월 금융안정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은 221.2%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171%에 달합니다. 가처분소득이란 가계가 번 소득에서 세금, 이자 등의 각종 비용을 제외하고 소비나 저축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을 의미합니다. 그만큼 지금의 부채문제는 심각합니다.

기업들은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김진태 강원지사의 '레고랜드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회사채 시장은 꽁꽁 얼어붙고 있습니다. 정부가 50조에 달하는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신용등급이 좋은 기업 마저 계획 자금을 다 모으지 못하거나 발행을 취소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 번 훼손된 신용은 되살리기 쉽지 않습니다. 김 지사가 '경제를 모르는 너무 위험한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산출한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는 15개월째 내림세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OECD

위기신호가 강해지면서 국가 부도 위험 수준을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치솟고 있습니다. CDS 프리미엄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CDS 프리미엄이 높을 수록 채권을 발행한 기관이나 국가의 신용위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향후 전망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습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산출한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는 15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8월 CLI는 98.2로 8개월 연속 100이하입니다. OECD 경기선행지수는 향후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데 활용됩니다. 앞날이 그만큼 어둡다는 이야기입니다.

'경제위기' 키워드로 산출한 검색지수. 검색지수는 분석기간중 일별기준 가장 많은 검색량을 100으로 보고 상대적인 비율을 수치로 산출한 지표다. 자료=네이버

국민들의 불안감은 포털 검색량에서도 확인됩니다. 네이버에서 '경제위기'를 키워드로 올해 1월 3일부터 지난주 금요일인 10월 21일까지 검색지수를 확인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5월을 기점으로 상승세가 뚜렷했습니다.

'Winter is coming', 한 미국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혹독한 겨울이 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겨울이 오기 전 정부는 가능한 모든 위기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그에 따른 최선의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합니다. 정부 측의 '아직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인식에 동의하기에는 경제 지표 악화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진짜 '심각한 상황'이 될 때는 이미 늦습니다. 우리 국민이 치뤄야할 대가도 더욱 커집니다. 비상시국인 만큼 정치권 역시 정부와 한팀을 이뤄 이를 적극 지원해야합니다.

문제는 현재 정부와 정치권의 위기감이 그다지 커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통령이 직접 참가한 '정쟁'이 '민생'을 가릴 정도로 격화되고 여야는 거의 모든 사안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최근 '비속어 논란'이 그 단면입니다. 야당은 '바이든'이라고 했고 대통령실과 여당은 '날리면'이라며 언론보도를 탓했습니다. 대통령의 사과와 단순 헤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기대했던 국민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회사채 시장을 얼어붙게 만큼 '레고랜드 사태'에도 김 지사의 정치적인 판단이 깔려있다는 풀이가 많습니다. 그 사이 우리 경제와 민생은 하루가 다르게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이는 침공 준비에 열을 올리던 일본을 보고도 당파에 따라 서로 다른 보고로 전쟁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던 1592년 임진년을 떠올리게 하고 있습니다. 외세 침략이 경제위기로 달라졌을 뿐입니다. 경제위기에 여야는 따로 없습니다. 잘잘못을 떠나 경제위기에 대한 대비와 민생에 대한 문제 만큼은 서둘러 머리를 맞대야한다는 지적입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국정운영 부정평가에서 '무능'이라고 답한 국민이 왜 많은 지 곱씹어봐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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