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연 초부터 시작된 미국 금리 인상의 충격과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도시 봉쇄 등 글로벌 3대 악재가 한꺼번에 찾아왔기 때문이다. 먼저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초래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고, 중국의 도시 봉쇄의 영향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는 양상을 보였다. 하나같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이다.
무역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무역수지 흑자 기조가 무너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매달 발표하는 수출입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무역수지 적자는 430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426억3000만 달러 흑자를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무역수지 규모는 무려 850억 달러 정도 감소한 수치다. 물론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이 수출 감소보다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수입이 증가했기 때문이기는 하다. 하지만 30년 만에 처음으로 대(對)중국 교역에서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적자를 기록하는 등 흑자 규모가 대폭 감소한 점은 우려가 된다.
대내적으로는 급격한 물가 상승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과 비교해 0.1% 하락해 물가 상승이 정점을 찍었다는 기대감을 준다. 하지만 지난 7월 최고 6.3%를 찍는 등 7개월째 5%가 넘는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어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면 금리 인상을 통해 진정시키지만 불어나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로 한국은행이 과감한 금융정책을 펼치지 못해 물가 상승 또한 단기간에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은 2.5% 내외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연 초 각 기관이 발표한 예측치는 약 3.5%에 달했지만 여러 차례 하향 조정을 한 결과 당초 예상치보다 약 1.0%p 하락한 2% 중반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는 2.6%에 달할 것으로 보는 반면,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은 코로나 팬데믹 발생 이전 수준인 2.4%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평균인 3.0%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글로벌 악재에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문제는 내년 경제 상황이 올해보다 더 안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24일 사상 첫 6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내년 경제 성장률을 1.7%로 이전보다 0.4%p 하향 조정했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보다 소폭 하락하겠지만 3.6%(상반기 4.2%, 하반기 3.1%)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에는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 또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풀리고 내년 3~4분기 이후 반도체 경기가 올라갈 것을 가정하는 등 외부 요인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불안하다.
사실 1%대 성장률과 3%대 물가상승률이라면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과 같은 민간 기관에서는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단계에 진입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 KDI와 같은 정부 기관은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등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스태그플레이션에 준하는 경기 침체 기간 동안 서민과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은 ‘저성장-고금리-고물가’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이다. 정부가 민간이 주도하는 자율 경제를 지향하고 있지만, 최소한 경기 회복이 예상되는 내년 하반기까지는 사회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차원에서 과감한 재정 정책을 통해 취약계층을 지원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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