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경기 침체 시작됐지만 손놓은 정부

IMF 등 국내외 기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비관 전망
하반기 좋아질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 버리고 대책 내놔야??
2023-04-17 13:09:55

통계청이 발표하는 자료 중에서 ‘경기순환시계(BCC, Business Cycle Clock)’라는 것이 있다. 주요 경제지표인 생산?소비, 수입?수출, 투자, 고용 등이 어떠한 경기순환의 국면에 처해있는지 알 수 있게 좌표로 보여준다. 경기순환시계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융 상황을 일반에게 알리기 위해 개발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12월부터 국가통계포털을 통해 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매월 초 업데이트되고 있다.

경기순환시계는 광공업생산지수, 서비스업생산지수, 소매판매액지수, 설비투자지수, 건설기성액, 수출액, 수입액, 취업자 수, 기업경기실사지수, 소비자기대지수 등 10개의 경기지표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경기지표는 ‘상승-둔화-하강-회복’의 경기순환 국면 중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하강’ 국면은 지표가 지난달에 비해 하락해 추세선의 아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바닥을 찍고 상승하면 ‘회복’, 계속 올라가서 추세의 위에 있으면‘상승’,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하면 ‘둔화’를 나타낸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1월 기준 경기순환시계는 위에 언급한 10개 지표 중에서 광공업생산지수, 소매판매액지수, 기업경기실사지수, 수출액, 수입액 등 5개 지표가 하강 국면에 진입했으며, 설비투자지수와 취업자 수는 둔화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이나 회복 국면에 들어선 지표는 서비스업생산지수, 소비자기대지수, 건설기성액 등 3개뿐이다. 2월 기준으로 보면 회복(2개), 상승(2개), 둔화(1개), 하강(5개)로 다소 호전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하강 또는 둔화가 여전히 6개로 전체 지표 10개 중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회복·상승 국면에 분포하는 지표수는 증가(2개→4개)하고, 둔화·하강 국면에 분포하는 지표수는 감소(8개→6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0개 지표 중 생산, 소비, 투자 등 핵심 지표 6~7개가 하강 또는 둔화 국면에 있다는 것은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거나, 최악의 경우 경기가 바닥권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하반기에 경기 회복을 기대하면서 말한 상저하고(上底下高)의 예측이 빗나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책연구소인 KDI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KDI가 지난 9일 발표한 ‘4월 경제동향’는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 둔화 가능성을 제기한 KDI는 올해 초에는 경기 둔화세에 접어 들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이후 3월에는 경기 부진을 언급했는데, 이 같은 흐름이 4월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통계청의 경기순환시계와 궤를 같이하는 분석이라 할 수 있다.

경기순환시계의 주요 지표 추이에서 우려되는 대목은 경기의 장기 침체 가능성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온 반도체 경기가 최악의 상황인데다 대외적으로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 중국 경제의 더딘 회복 등 경기를 호전시킬 요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지난 1월 1.7%에서 최근 1.5%로 내려 잡는 등 향후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대내외적으로 발표되는 지표의 대부분이 악화되거나 호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반기에는 좋아질 것이라고 막연한 기대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2월 기준 하강 국면 지표는 광공업생산지수, 소매판매액지수, 설비투자지수, 수입액, 기업경기실사지수 등 5개이고, 둔화 국면은 서비스업생산지수 1개다. 하강과 둔화 국면에 있는 이들 6개 지표를 호전시키기 위한 대책은 최소한 나와 줘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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