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주상복합시설인 엘시티 시행사와 시공사간의 거액의 추가 공사비 소송전에 건설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시행사는 시공사가 자기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무리하게 추가공사비를 청구하고 유동성 문제로 울며겨자 먹기로 맺은 '합의서'를 빌미로 소송도 끝나기 전에 자금을 대거 회수하는 '갑질'을 부렸다고 주장하고 시공사는 시행사의 잦은 도면 변경으로 공사비가 늘었고 '합의서' 역시 쌍방 협의를 거쳐 맺었는데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엘시티 시공사 포스코건설은 지난 2020년 6월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시행사 엘시티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를 상대로 총 2391억원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양사는 지난 2015년 1조4730억원의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고, 엘시티는 2019년 11월 29일 준공됐다. 포스코건설의 승소로 소송액이 전액 인정되면 추가 공사비는 준공전 양사가 합의지급한 388억원을 더해 모두 2799억원에 달하게 된다.
포스코건설 측은 “애초 50% 설계 도면을 받아 공사를 진행했고 이후 시행사의 설계 확정과 요구에 따라 공사비가 늘어났다"며 "소송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책임준공 역시 책임지고 공사를 한다는 개념이지 추가 공사비하고는 상관이 없고 공사비 미수령에도 준공까지 책임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엘시티PFV 측은 "포스코건설이 공사비 총액을 '총액도급(LUMP SUM)'으로 계약하며 책임준공을 약속해놓고 불합리한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고 있다"며 “최초 설계에서 부족한 게 많아서 그걸 변경하는 과정에서 공사비가 늘어났다고 하는데 이는 최초 계약과정에서 서로 상쇄시키는게 기본적인 개념이라고 봐야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 차이는 철근 정산에서 잘 드러난다. 애초 엘시티PFV는 계약전 용역조사를 통해 철근 7만5000톤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지만 포스코건설은 11만톤을 제시했다. 이견이 컸지만 일정상 사후 정산 조건으로 계약이 이뤄졌다. 문제는 시공시 원가절감을 위한 VE(Value Engineering) 조건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달랐다는 점이다.
엘시티PFV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는 VE로 2만4000톤 가량을 절감했지만 이는 시공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공사비에서 감액할 수 없다고 했다"며 "포스코가 제안한 VE의 본질은 최초 설계에서 공법을 변경해 디그레이드(다운) 시키는 것으로 원설계안과 비교했을 때 동일한 성능이 입증될 때 가능한 이야기지만 동일 성능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디그레이드로 절감한 것을 자기들의 이익에만 적용하겠다는 말인데 이럴거면 우리가 왜 VE까지 수용해 계약했겠느냐. 그럴 이유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엘시티PFV는 2018년 태풍 콩레이에 따른 33일간의 공사중단 역시 포스코건설의 인재(人災)로 보고 있다. 엘시티PFV 측은 “콩레이는 매미 등 과거 태풍에 비해 세지 않았는데도 당시 와이어가 좌우로 흔들리면서 건물 유리를 때려 공사중지가 떨어졌다”며 “자신들이 사전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놓고 천재지변이라고 우기고 있는데, 이는 공사중단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스코건설이 소송중 1500억원대 자금을 회수한 데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해당 자금은 엘시티PFV가 2021년 1월 시급한 사업비 마련을 위해 담보대출한 4400억원중 일부다.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대출액의 3분의1이 포스코건설에 넘어간 것이다. 양사가 체결한 ‘엘시티 신축공사 추가공사비 및 추가도급공사비 지급 관련 합의서’가 배경이 됐다. 이 합의서에는 포스코건설이 청구한 추가 공사비 전액을 지급받을 때까지 시행사가 사업비를 지출하는 경우 똑같은 금액을 포스코건설에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포스코건설의 일방적인 종용에 의해 합의서 체결이 불가피했다는 것이 엘시티PFV의 설명이다. 엘시티PFV 측은 “대출을 받아야하는데 사업 담보신탁의 우선수익권자인 포스코건설의 동의가 원활하지 않았고 소송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사업비 지출이 안되면 회사 문을 닫아야할 판국에 포스코건설의 일방적인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건설 측은 “우리도 공사비를 회수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강압적으로 한 것도 아니고 자기들이 필요해서 합의 해놓고 왜 나중에 딴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추후 소송 결과에 따라 돌려줄 것은 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사의 입장 차가 너무 커 소송 결과를 봐야겠지만 그 이전이라도 대화를 통한 해결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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