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바디 운전 힘들고 기사 배려한다"며 숏바디 추가 차량 제공 ‘황당’
역대 포스코 임원 중 업무차량 2대 제공은 최 회장과 김 부회장뿐
직원들 "우리만 비상경영이고 이런 것이 기업시민이냐" 부글부글
'자사주 파티'에 이번 논란까지 겹치며 최 회장에 대한 민심 싸늘
김두윤 기자2023-09-26 16:37:00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의 회사차 사적유용 혐의에 대한 검찰의 판단이 주목되는 가운데 그가 업무용 차량을 두 대씩이나 쓴 배경이 주목된다. 회사 측은 ‘운전기사 배려’ 차원이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포스코 안팎에서 나온다. 최 회장과 측근들의 ‘자사주 파티’와 함께 비상경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온 직원들의 모습과 너무 대조된다는 지적이다.
26일 경찰과 포스코 등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고급 리무진인 제네시스 G90 롱휠베이스(롱바디)와 제네시스 G90(숏바디)을 회사에서 제공받아 사용해왔다. 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학동 부회장도 같은 차량 두 대를 받았다.
최 회장이 최고경영자직을 맡고 있지만 두 대의 차량이 제공된 것은 이례적이다. 역대 포스코 회장중 업무차를 두 대나 받은 사람은 최 회장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통상 기업들은 주요 위치에 오른 임원에게 운전기사와 차량을 제공하지만 오너일가를 제외하고 전문경영인이나 임원에게 고급 세단 두 대를 제공한 곳은 찾아 보기 힘들다.
국내 한 대기업의 관계자는 “사장단에게도 내부 규정에 따른 의전을 제공한다”며 “업무용으로 차량을 제공하는데 한 대면 충분하기 때문이고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그 때 한정적으로 다른 회사차량을 사용하거나 렌트 등 대체 수단을 마련할 수 있다. 우리가 그럴일은 없겠지만 특정 경영진에 두 대를 제공한다면 일반 직원들의 사기 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인센티브 등 다른 보상방법이 많은데 굳이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 측은 “운전기사 배려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김영종 포스코홀딩스 법무팀장은 지난 22일 '사안의 진상을 알려드립니다‘란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내 최 회장의 가족이 정비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일부 이용하긴 했지만 배임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면서 업무차 두 대 제공에 대해 “퇴근 이후나 주말에 운전기사를 배려하기 위해 직접 차량을 몰았지만 롱바디 차량이 운전하기 힘들고 사고 위험 때문에 작은 차량을 별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사실도 밝혔다. 그는 “롱바디 차량을 배정받은 부회장에게도 동일한 숏바디 차량을 추가로 제공했다”며 “CEO만 특혜를 받았다거나 가족용으로 추가 배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해명에 대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경제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리무진이 길다는 것을 몰랐다는 말인가. 리무진을 한 대만 구매한 것도 아니고 운전이 문제였다면 애초에 적당한 차량을 구매했어야 했고 그게 아니라면 추가 구매가 아니라 교체하는 방법도 있었다. 리스 위약금 등을 따져도 중복 운영보다는 (비용 측면에서) 나았을 것”이라며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원들은 “이런 것이 최 회장이 강조한 기업시민이냐”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포스코의 한 직원은 “회사 소모품 비품까지 아끼라며 고통분담을 강조하면서 정작 그들은 리스 비용도 한 두푼이 아닌 업무용 차량을 두 대씩이나 쓴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아런 것을 해명이라고 보냈나. 직원들 사기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회장님 구하기만 열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직원들의 이같은 격앙된 반응은 익명게시판인 블라인드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 회장을 옹호하려던 회사 측의 해명이 오히려 직원들의 반발만 키운 꼴이 된 모습이다.
애초에 숏바디로 구매하거나 교체가 가능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포스코홀딩스 측은 “회사 내부 규정대로 차량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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