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소송 금감원 직원, '빈곤층 재판 혜택' 요청까지

美법원, 금감원 H씨 '소송 비공개 및 재판수수료 면제 요청' 모두 기각
금감원 기강해이 심각…국감서 이복현 금감원장 상대로 따져 물어야
김두윤 기자 2023-10-10 14:32:27
자신의 가상화폐 손해배상 소송에 공문서를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는 금감원의 한 직원이 언론의 취재가 시작된 뒤 미국 연방법원에 연거푸 '소송을 비밀로 해달라'고 요청했다가 모두 기각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재판수수료 면제요청도 두 차례나 시도했다가 모두 거부당했다. 사진=서울 여의도 금감원 사옥

직분을 망각한 금융감독원의 한 직원의 잘못된 처신이 도마에 올랐다. 이 직원은 사적소송에 금감원 공문서를 사용하고 미국 ‘빈곤층’이 대상인 재판수수료 면제신청까지 했다가 기각을 당했다. 직접 소송을 제기해놓고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미국 법원에 제기한 '소송 비공개 요청'도 모두 거부당했다. 심각한 기강해이이자 국가적 망신이라는 비판이다. 애초 외국에서 제기한 사적 소송에 자신이 대한민국 공공기관 소속임을 이용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이에 대한 금감원 측의 조치가 알려지지 않는 가운데 오는 17일 국감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을 상대로 이 문제를 따져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H씨가 신청한 미국 재판수수료 면제신청서에 월급이 4516달러라고 씌여있다. 캡쳐=재미 블로거 '시크릿 오브 코리아' 안치용씨 제공

10일 재미 블로거 안치용씨의 '시크릿 오브 코리아' 에 따르면 미국 뉴욕남부연방법원은 최근 가상화폐 트론 투자와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금감원 직원 H씨가 자신의 개인정보 공개와 취재진 접촉 등을 이유로 요구한 두 차례의 ‘소송 비공개 요청’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소송 서류 공개가 미국 법에 따른 적법한 조치이고 특히 H씨 자신이 직접 소송장을 제출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에따라 재판부는 H씨에게 재판 진행을 위한 수수료 402달러 납부를 명령했지만 H씨는 납부 대신 재판수수료 면제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H씨의 월급과 지출 등을 공개하면서 지난달 14일 이를 기각했고 H씨가 이에 불복해 같은달 17일 다시 면제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이 마저도 거부했다.

면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미국의 재판수수료 면제상한선은 1인 가족 기준 월소득 1822달러, 5인 기준 4392달러 수준이다. H씨가 면제신청서에 기재한 월급은 4516달러였다. 더욱이 그는 현금, 부동산, 부채 등 재산내역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는 재판수수료를 지불할 만큼 충분한 자산(SUFFICIENT ASSETS)을 가지고 있으므로 재판수수료를 내지 않는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H씨의 경제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H씨가 재산내역을 제대로 공개해 미국 법원에서 정한 저소득층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402달러라는 재판수수료를 면제 받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금감원이 최근 밝힌 지난해 직원의 평균연봉은 ‘1억1006만원‘ 이다. 재판부는 향후 30일 내에 H씨가 재판수수료를 납부하지 못한다면 소송을 기각한다는 입장이다.

안씨는 이 직원의 사적소송 공문서 사용과 관련해 "금융감독원 임직원행동강령 중 '제3자 부당이득의 수수금지 등' 제10조 2항은 직위의 사적이용을 금지한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규정은 임직원이 사적이익을 위해 감독원의 명칭 또는 자식의 직위를 공표 게시하는 등 방법으로 이용하거나 이용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H씨는 지난 6월 27일 뉴욕남부연방법원에 '트론' 저스틴 선과 트론파운데이션, 비트토런트 파운데이션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공개된 소송장에서 H씨는 손해배상 소송장에서 지난 2017년부터 TRX를 보유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H씨가 제출한 소송장에는 금감원 보안용 워크마크와 ‘이 문서는 금융감독원 자신이므로, 사전승인 없이 복사, 촬영, 수정, 배포 등을 하실 수 없습니다'는 경고문구가 찍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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