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의 ‘기업시민’ 이념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있다. 포스코그룹 이사진의 ‘초호화 해외 이사회’는 직원들에게 깊은 좌절감을 안겼다. 가뜩이나 그의 재임기간이 각종 부도덕한 사건들로 얼룩진 상황에서 이번 비리의혹은 그가 부르짖었던 ‘기업시민’이 얼마나 허울좋은 구호에 불과했는지 그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말과 행동이 다른 ‘모럴헤저드의 극치’라는 비판을 피해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17일 포스코 관계자 등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번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29층 회장실로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비서들도 다른 사무실에서 근무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호와 해외 이사회’ 의혹에 대한 경찰의 수사에 대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경찰이 이사회 참석자 16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인 상황에서 애초 캐나다로 한정됐던 의혹은 중국, 아르헨티나 등지로 확대되고 있다. 캐나다에서 한끼에 수천만원을 쓴 이들은 중국에선 백두산을 가는데 전세기까지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의혹은 심각하다. 최 회장과 같이 "나이샷"을 외치고 와인잔을 높이 들어올린 사외이사들이 포스코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CEO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에 참여하기 떄문이다.
의혹을 부인하면서 “비판 취지는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밝힌 후추위는 이날 6차 회의를 열고 내·외부 롱리스트 18명을 확정했다. 공정성에 대한 물음표에도 인선 절차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최 회장은 ‘회사차 사적유용’ 의혹으로도 수사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은 회사차로 고급차량 두 대를 제공받았는데 역대 포스코 회장중 두 대를 쓴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포스코 측은 “운전기사 배려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그 과정에서 그의 최측근인 김학동 부회장도 회사차 두 대를 지급받았다는 사실이 추가되면서 오히려 비판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경영철학으로 내세운 ‘기업시민’도 도마에 올랐다. '기업시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경영철학으로 최 회장의 최대 업적중 하나로 꼽히지만 스스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힌 꼴이 됐다.
사실 최 회장의 '기업시민'이 의심받은 것은 오래전이다. 2022년 ‘포스코 여직원 연쇄 성폭력 사건'이 대표적이다. 같은 부서 동료들에게 연속해서 성폭력을 당했다는 점도 충격적이지만 회사 측의 부실한 대응과 2차가해 논란은 국민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당시 포스코 측은 사건 발생 불과 3개월여만에 이 여직원을 원래 부서로 발령내는 상식 이하의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직원 내 괴롭힘’ 사건도 있다. 포스코 측은 징계 건의에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언론의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대기발령을 내리면서 ‘봐주기 의혹’을 자초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당시 대기발령을 받았던 박진우 포스코홀딩스 상무가 최근 인사에서 미주지역담당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는 점이다. 최 회장의 경영철학과 리더십의 허상이 드러난 상징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아울러 광양제철소에선 칼부림 사건이 일어나고 정비 자회사 설립 반대를 이유로 담당 직원이 지원 중단을 협박하고 “동사무소를 폭파시키겠다”는 폭언을 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이같은 책임론에도 최 회장이 직접 사과 한적은 없었다. 그는 2년전 태풍 ‘힌남노’ 피해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고로가 멈췄을 당시 골프를 치고 미술관에 갔다는 사실이 드러나 국감에서 소환됐을때도 "매뉴얼상 책임자는 부회장에게 있다"고 발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오히려 그는 측근들과 ‘스톡그랜트 자사주 파티’를 벌였다. 최 회장은 스톡그랜드로 7억원대, 김학동 부회장은 3억원대 자사주를 챙겼다. 태풍 피해 복구에 사활을 걸었던 직원들은 "비상경영은 직원만의 몫이냐"며 깊은 배신감을 토로했고 노조와 갈등도 극에 달했다. 급기야 포스코 원로, 시민단체들까지 나서 "최 회장이 책임 경영을 펼치지 않고 제 잇속을 챙기고 있다"며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포스코의 전 임원은 "최 회장이 지난 6년간 강조해온 기업시민은 앞으로 포스코에서 지우고 싶은 흑역사로 기억될 것"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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