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인공지능(AI)을 통해 진화하는 CES2024

디지털 혁명, 화장품 제조 등 전 분야로 확대
기후변화·테러 등 인간안보 보장 방향으로 나가 
빅터뉴스 2024-01-22 20:57:36
매년 1월 초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미국가전협회(CTA) 주관으로 소비자가전제품전시회(CES)가 개최된다. 올해는 지난 1월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 개최됐다. 통상 CES로 불리는데 1967년 처음 개최된 이래 첨단 IT 기술 동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전시회로 자리 잡고 있다. 초기에는 TV를 비롯한 가전기기 위주의 전시회로 출발했지만 IT 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차 전시 영역을 확장해 갔다.

2000년대 들어서는 PC와 휴대폰을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기기의 참여가 늘어났다.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디지털 기술의 융⋅복합을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면서 다양한 분야로 참여가 확대되었다. 로봇, 드론, 디지털 의료기기 등 첨단 IT 산업의 참여가 두드러졌는데, 특히 지난 몇 년 동안은 모빌리티를 주제로 하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대거 참여해 CES의 영역 확대를 주도해 나갔다.

올해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첫 번째 오프라인 행사로 전 세계 150여개국에서 약 4300개 기업이 참가하고 총 13만5000명 이상이 방문한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CES 2024의 주요 테마는 ▲인공지능(AI) ▲모빌리티 ▲푸드·애그테크 ▲헬스·웰니스 테크 ▲지속가능성과 인간안보 등 다섯 가지로 진행되었다. 이 중에서 AI가 행사 기간 내내 중심 주제가 되었다. AI로 시작해서 AI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AI가 CES 2024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된 배경은 2022년 말 등장한 생성형 인공지능인 ‘챗GPT’와 관련이 있다. 챗GPT의 등장으로 AI가 더 이상 4차 산업혁명을 구성하는 여러 디지털 기술 중 하나가 아닌 모든 디지털 카테고리를 초월하는 흐름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행사 주관사인 CTA도 개막 전 미디어데이를 통해 AI의 발전이 CES 2024의 최대 화두가 될 것이며 AI 기술을 목격하는 장이 될 것이라 예고했다.
이원호 박사


기조연설에 나선 세계 최대의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의 CEO 니콜라 이에로니무스는 인공지능 전환(AX)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화장품 제조에서 AI 적용 사례를 발표했다. 그가 소개한 ‘뷰티 지니어스’는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한 생성형 AI 뷰티 앱으로, 개인의 피부상태를 텍스트와 사진으로 분석해 맞춤형 제품 추천 및 관리 방안을 제안한다고 소개했다. 전통 산업도 앞으로 AI를 전환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다른 전통 산업군에 속하는 두산그룹도 ‘우리 행성, 우리 미래(Our Planet, Our Future)’라는 주제로 참여했는데, 이 자리에서 두산그룹의 박정원 회장은 “AI 기술은 IT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면서 “건설 기계 부문 증 다른 모든 사업 분야에서도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ES 2024를 통해 AI가 전 산업 분야를 아우르는 트랜드가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CES 2024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AI 기술 자체의 전시가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인간안보’를 통해 AI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데 있다. AI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 혁신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기술 혁신이 추구해야 할 방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AI를 포함하는 디지털 혁명이 인류의 지속 발전 가능성과 함께 기후 변화나 테러 등으로부터 인간안보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가전기기에서 IT 산업을 거친 CES가 이제는 전 산업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런데 CES 2024는 이를 뛰어넘어 인류의 문화생활의 영역까지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CES 2024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지점이다.

이원호 비즈빅테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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