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모자(母子)간 경영권 다툼, 표대결 가나

가처분신청 법원 판단 통합 변수로 떠올라
임종윤 사장, 인용 안되면 주총서 대결 예고
김두윤 기자 2024-02-05 15:10:05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 통합계약을 발표한 가운데 장남 임종윤 사장과 차남 임종훈 사장이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법원에 '통합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이번 통합작업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송영숙 회장(왼쪽)과 임종윤 사장. 사진=한미약품그룹

한미약품그룹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종사업 결합이라는 특수성에, 기업을 세습한 모자(母子)간 경영권 대결과 법정다툼이라는 일일드라마 같은 관전포인트가 시청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돈 앞에선 피도 눈물도 없다’는 것이 재벌가라고는 하지만, 도전과 혁신으로 한국제약업 수준을 도약시킨 고 임성기 창업주의 명성이 후대의 ‘돈싸움’으로 퇴색되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5일 한미약품그룹에 따르면 송영숙 회장은 최근 임원들과의 대화에서 “가족간의 이견이 다소 발생했지만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며, 통합을 반대하는 두 아들도 결국 거시적 안목으로 이번 통합의 대의를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미R&D에 매진해 신약개발에 몰두하라는 고 임성기 회장의 유언 내용도 공개했다. 이는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의 '통합 반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발언이다.

지난달 한미그룹은 OCI와 통합계약을 발표했다. 현물출자 및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해 OCI홀딩스(한미사이언스 27.03%)와 임주현 사장 등 한미 오너 측(OCI홀딩스, 10.4%)이 서로의 최대주주 위치를 맞교환하는 형식이었다. 한미그룹 측은 이번 계약에 대해 "상생의 기업 모델"이라고 자평했다.

아들들 입장은 달랐다. 임종윤 사장은 곧바로 “통합과 관련한 내용을 전달 받은바 없다”며 반발했다. 기업 통합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합병의 성격을 띠고 있어 특별 주주총회 사항이며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이같은 절차가 무시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이뤄진 3자 배정 유상증자는 무효"라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동생도 힘을 보탰다. 또한 송 회장측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일부 대신 가현문화재단 지분을 OCI에 매각하기로 한 것도 공익재단 설립 목적에 반하며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애초 임종윤 사장은 2000년대부터 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됐지만 부친 작고후 2022년 3월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디엑스앤브이엑스와 개인회사인 코리그룹 운영에 집중하면서 그룹내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반면 동생 임주현 사장은 지난해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으로 선임돼 입지가 강화됐고 이번 통합에 따라 또한번의 위상 변화가 예고된 상태다. 재계에선 모친 송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미그룹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미그룹 측은 해명자료를 통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이사회 결의사항으로 주주총회 결의가 불필요하며,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됐고, 임종윤 사장이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속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재단 지분 매각에 대해서도 “누적 부채 상환용으로 지난해 이사회 의결과 문체부 승인을 마쳐 위법한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따라 향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양측 입지가 엇갈릴 전망이다. 하지만 가처분이 인용되지 않더라도 이번 갈등이 곧바로 끝날지는 미지수다. 임 사장은 3월 주주총회 표 대결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임종윤·임종훈 형제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각각 10.2%, 10.9%로 21%대에 불과하지만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1.52%)이 힘을 보탤 경우 지분율은 33.6%까지 늘어날 수 있다. 두 사람은 이미 특수관계가 아니라는 사실도 공시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임 사장이 어떤 근거를 가지고 법적대응에 나섰다면 시장의 예상과 다른 법적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양사의 통합에 대해 '꼼수 절세'라는 시민단체의 의구심도 제기됐다. 2020년 임 회장 별세 후 송 회장과 자식들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총 34.29%를 물려받으면서 54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부과받았는데 이번 거래를 통해 총수일가 개인 지분 상속시 최대 60%에 이르는 할증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상속세가 정해져 절세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한미그룹 측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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